문 닫을 위기 시골우체국, 지자제·주민이 살려냈다

입력 2017-04-29 05:50  

문 닫을 위기 시골우체국, 지자제·주민이 살려냈다

안남우체국 별정→일반 전환해 내달 8일 업무 개시

옥천군 사무공간 제공…주민·정치권도 힘 보태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사업자 파산으로 문 닫을 위기에 몰렸던 시골 우체국이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명맥을 잇게 됐다.




29일 충청지방우정국에 따르면 별정(사설)인 충북 옥천의 안남우체국을 운영하던 A씨가 지난 2월 파산하면서 이 우체국이 폐국 위기에 몰렸다.

별정우체국은 1960년대 허가 난 개인 영업시설이다. 매매 등이 불가능해 사업자가 영업을 중단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

영업 환경이 좋은 별정우체국이라면 일반우체국으로 전환되기도 하지만, 손바닥 만한 시골 동네 입장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이 우체국이 관할하는 안남면 인구는 1천480명에 불과하다. 금융 수신고가 30억원에 불과해 인건비 건지기도 빠듯한 곳이다.

우체국이 사라진다면 당장 주민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

금융거래가 중단되고, 우편이나 택배 업무도 10여㎞ 떨어진 안내 우체국을 찾아야 한다. 기관 1곳이 사라지는 데 따른 지역의 상실감도 예상된다.

고민하던 옥천군은 이 우체국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안남면사무소에 사무공간을 무상으로 내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충청지방우정청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주민들도 길거리 서명운동을 통해 힘을 보탰고, 이 지역 출신의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도 지원사격에 가세했다.

오랜 줄다리기 끝에 우정청은 최근 이곳을 일반우체국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옥천군으로부터 35㎡의 사무공간을 제공 받는 조건으로 직원 2명을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충청지방우정국 강기병 우정계획과장은 "적자운영이 불가피하지만, 지역의 간절한 요구를 수용해 일반우체국 운영을 결정했다"며 "지자체가 공간을 제공해 우체국을 존치시킨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옥천군과 주민들은 이 같은 결정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주민이 똘똘 뭉쳐 사라질 위기에 놓인 우체국을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서강진 안남면 지역발전위원장도 "우체국 사태가 주민들의 애향심을 고취하고 지역을 화합하는 계기가 됐다"며 "우정청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데 대한 답례로 우체국 애용 운동을 벌이겠다"고 화답했다.

안남면사무소에 둥지를 트는 새 우체국은 내달 8일 영업에 들어간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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