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헌화 거부 소문 SNS 확산…진원지는 신생 극우정당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의 사상 첫 여성 무슬림 연방의원이 호주 최대 국경일에 가짜 뉴스의 피해자가 되면서 소셜미디어에서 기승을 부리는 가짜 뉴스의 위력을 절감했다.
주요 야당인 노동당 소속 앤 앨리 연방 하원의원은 호주 현충일 격인 지난 25일 '앤잭 데이'(ANZAC Day) 행사 후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세계 제1차 대전 중 오스만튀르크(터키) 상륙작전을 감행하다 숨진 호주군 8천명을 추모하기 위한 이날 새벽 행사에서 헌화를 거부한 이유를 설명하라는 글들이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앨리 의원은 이미 퍼스 지역구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헌화하고 추모사까지 한 상태였다.
사정을 알아본 결과, 반이슬람과 반이민을 앞세운 한 군소정당의 페이스북에 앨리 의원이 퍼스 와네루에서 열린 행사에서 헌화를 거부했다는 내용이 이날 오후 에 올라 있었다.
페이스북 운영자는 '게리'라는 친구로부터 들은 내용이라며 당시 앨리 의원의 처신에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으며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있었다"라고 써놓았다.
결국, 다른 의원이 헌화를 대신했다는 글이 이어져 있었다.
제목에는 '필독'이라는 글까지 붙어있었다.
순식간에 수백 명이 이 글을 공유하고 수십 건의 코멘트가 뒤따라 붙었으며, 이 소식을 접한 일부가 앨리 의원의 페이스북에 헌화 거부 이유를 물은 것이었다.
앨리 의원은 "앤잭 데이에 내 지역구에서는 많은 새벽 행사가 있고, 주요 행사는 와네루와 발라주라 두 곳에서 열린다"며 "지난해 와네루 행사에 참석해 올해는 발라주라 행사에 나갔다"고 28일자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설명했다.
앨리 의원은 "와네루 행사에도 헌화용 꽃을 보냈고 주 의원에게 나를 대신하도록 조처를 했다"며 "헌화를 거부했다는 것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말했다.
거짓임에도 이 내용이 확산하면서 일부는 라디오프로그램의 시청자 의견 코너에서 이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앨리 의원은 이번 일에 대해 매우 불쾌하다며 엄숙해야 할 국경일을 일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앨리 의원의 글을 올린 군소정당은 '호주를 사랑하지 않으려면 떠나라'라는 당명으로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등록됐으며, 창당 주역인 킴 부가는 지난해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앨리의 헌화 거부를 전한 글은 현재 이 정당의 페이스북에서 삭제된 상태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이번 일은 적어도 소셜미디어상에서 유언비어가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 또한 급속도로 탄력을 받아 진실을 대체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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