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퓰러 미캐닉스 진단, '고물' 대함미사일로 수장 불가능
전투기ㆍ핵탄두 탑재 중거리미사일도 마찬가지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북한이 한반도로 항진 중인 미국 해군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 전단에 대해 격침 위협을 이어가지만 현 무기 체계로는 격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 과학 전문매체 '파퓰러 미캐닉스'(PM)에 따르면 항모를 격침하는 데 대함 미사일, 전투기, 잠수함, 핵탄두 적재 중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할 수 있지만,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분석했다.
◇ 대함 미사일 타격은 가능하지만, 효과는 제한적
칼빈슨 항모전단을 타격하는 데 가장 효율적 무기는 대함(對艦)미사일이다. 북한은 실전에 배치된 지 50년이 훨씬 넘은 옛 소련제 '스틱스' 대함미사일과 중국제 '실크웜' 미사일을 중심으로 한 대함 미사일을 보유했다.
사거리 80㎞, 시속 마하 0.9, 탄두 무게 1천 파운드(454㎏)인 스틱스 미사일은 구축함을 격침해 대함 미사일 시대를 연 장본인이기도 하다.
3차 중동전쟁이 한창이던 1967년 10월 이집트 포트 사이드 항 인근 해역을 감시 중이던 이스라엘 해군 구축함 에일라트는 이집트의 코마르급 고속초계정들이 발사한 네 발의 스틱스 미사일에 침몰하고 1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치욕을 겪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전까지 대함 미사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미, 영,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이 서둘러 개발과 대응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또 스틱스의 '짝퉁' 격으로 최대 사거리 200㎞, 시속 0.8인 실크웜 미사일 역시 탄두 무게가 454㎏으로 항모 선체에는 위협적이다.
두 미사일은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지만, 노후화가 뚜렷하고 첨단 대(對)전자전과 방공체계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또 사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 작전반경이 큰 항모에는 효과가 작다. 이에 따라 칼빈슨 같은 항모는 연안에서 벗어나 손쉽게 공습을 가할 수 있다.
북한은 또 2014년 러시아제 Kh-35 '하푼스키'를 본뜬 대함 미사일을 선보였다. 헬기, 수상함, 해안포대 등에서 발사되는 사거리 130㎞의 이 미사일은 무게 320 파운드(145㎏)의 고폭탄두를 장착했다.
이 최신 대함 미사일은 스틱스와 실크웜보다는 타격 가능성이 크지만, 사거리가 짧은 데다 보유량이 많지 않아 칼빈슨을 타격하는 데 한꺼번에 쏟아부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파퓰러 미캐닉스는 분석했다.
◇ 전투기 동원한 공중 타격도 어려워…포진한 이지스 구축함에 쉽게 요격
전투기에 의한 공중 타격도 어려움이 많다. 북한이 보유한 전투기와 폭격기 전력 가운데 가장 최신 기종이 취역한 지 30년가량인 Mig-29 '펄크럼'이지만, 보유 대수는 5대에 불과하다.
북한은 또 미국의 A-10 지상 공격기와 유사한 대지(對地) 지원기 Su-25 도 35대 보유하지만, 장착 화력이 강력하지 않다. Su-25은 항모를 공격할 수 있지만, 지상군 지원에 훨씬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공격시 미 해군 항모 공격에 Su-25를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지상군 화력 지원 등에 사용할 것인지 취사선택해야 한다.
파퓰러 미캐닉스는 북한이 Mig-29와 Su-25 등 '최신기' 40대를 모두 칼빈슨 같은 핵 추진 항모 공격에 투입한다면 일시적이나마 함재기 발진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지만, 격침은 결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칼빈슨 주위에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유도미사일 구축함들이 포진한 상황에서 이들 40대의 전투기가 공격을 가한 후 귀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잠수함ㆍ핵미사일 공격도 사실상 불가능…탐지 능력도 제한적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 잠수함 전력이다. 북한은 로미오급 노후 잠수함 20척, 상어급 잠수함 10척, 연어급 잠수정 10척 등 40척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잠수함은 칼빈슨 항모전단에 소속된 구축함과 호위함 등에 쉽게 탐지돼 무력화될 수 있다.
이 가운데 한국해군 호위함 천안함을 어뢰로 격침한 연어급 잠수정은 탐지가 어렵지 않은 데다 기본 배수량이 9만8천t인 대형 함인 칼빈슨을 어뢰로 수장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칼빈슨은 어뢰 공격에 대비해 이중선체로 설계됐기 때문에 어뢰에 의한 격침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은 옛 소련제 스커드 계열 탄도미사일에 기반을 둔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7'에 핵탄두를 탑재해 칼빈슨 전단을 이론적으로는 공격할 수 있지만, 비유도 미사일인 데다 항모가 연속해 이동하기 때문에 목표인 칼빈슨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다른 곳으로 벗어나 효과가 없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탐지 능력이다. 북한이 운영하는 해안 레이더망 체계는 탐지 거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칼빈슨 항모전단은 탐지권에서 손쉽게 벗어날 수 있다. 함재기와 호위함들도 접근하는 전투기, 드론, 잠수함, 수상함 등을 어렵잖게 요격할 수 있다.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항모를 탐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인공위성이지만, 북한은 이 부분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최근 칼빈슨 전단이 동해가 아닌 인도양에서 항진한 것을 북한이 탐지하지 못한 것도 위성을 통한 탐지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도 26일(현지시간)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북한이 대함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 전단에 대한 공격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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