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민원처리시스템 통합추진에 지자체 불만

입력 2017-04-29 07:30  

권익위 민원처리시스템 통합추진에 지자체 불만

"기존 시스템으로 충분" vs "행정서비스 수준 높여야"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 고충민원처리시스템을 권익위의 '국민신문고' 하나로 통합하려고 나서면서 일부 지자체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 고충민원시스템으로 충분한데도 불필요한 시스템이 추가돼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처리단계가 늘면서 민원처리가 오히려 지연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9일 국민권익위와 행정자치부, 경기도 등에 따르면 권익위는 대국민 민원서비스에 대한 정부 신뢰도와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자 지자체 고충 민원 처리 기능을 국민신문고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현재 고충 민원처리는 시·도 포털사이트와 새올행정시스템(행자부), 국민신문고(권익위), 시군 홈페이지 등 지자체·기관별 여러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국민신문고는 중앙정부, 교육기관, 공공기관 등 900여개 기관이 이용하고 있고, 새올행정시스템은 행정기관에서 사용한다.

시군에서는 새올행정시스템 외에도 '시장에게 바란다'와 '시민게시판' 등 저마다의 민원처리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여러 시스템이 운영되면서 민원 제기를 위해 거쳐야 할 인증방식과 민원신청 및 확인 방식이 제각각이다 보니 이용자의 불편이 클 뿐 아니라 다른 기관으로 민원을 이첩하거나 이송하는 것이 어려워 기관간 협업체계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는다.

권익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자체가 주로 이용하는 시도포털과 새올행정시스템도 국민신문고로 통합하기로 했으며, 행자부도 이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인천 등 83개 지자체의 민원처리시스템이 이미 국민신문고로 통합됐고 올핸 116곳을 대상으로 통합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해 권익위는 지난달 경기도청에서 도내 31개 시·군 민원처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통합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조를당부했다.

지난해 국민신문고로의 통합을 완료한 경기도는 도내 시군에 공문을 보내 권익위의 통합 추진계획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되, 지자체 상황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권했다.

도내 31개 시군 중에는 19곳이 올해 통합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12개 시군은 통합무용론과 불편함을 내세우며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통합에 반대하는 A시 관계자는 "현재도 새올시스템에 올라간 민원은 국민신문고에 이관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굳이 국민신문고로 통합할필요성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시민이 제기한 민원이 국민신문고를 거쳐 시군으로 내려오면 직접 시군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보다 처리 과정이 길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B시 관계자도 "국민신문고와 통합되면 다른 시스템에 따로 접속해 들어가 민원내용을 입력해야 하는데, 처리 시한이 오래 걸리고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통합시스템 초기 과부하 등 문제가 발생하면 민원처리가 늦어지고, 그에 따른 책임은 모두 공무원에게 있어 부담된다"고 우려했다.

통합 미참여 지자체는 통합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권익위와 행자부의 각종 지자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도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C시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라고는 하지만, 청렴지수평가 등에서 괘씸죄에 걸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언젠가는 시스템 통합에 동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일부 대민행정서비스 수준이 낮은 지자체를 중앙기관과 동일하게 끌어올려 보다 나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려면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중앙기관에 비해 지자체의 대민서비스 수준은 절반가량으로 파악된다. 행정서비스 수준을 중앙과 지방이 동반 상승시키려는 노력의 하나로 시스템 통합을 바라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신문고의 민원처리 진행 상황 문자 서비스 등 지자체 시스템에 없는 기능을 추가로 수행해야 하는 부담과 새로운 통합시스템에 대한 불편함을 우려해 일부 시군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면서 "통합에 따른 여러 가지 지적과 우려는 차츰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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