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국내 조선 대형 3사가 올해 1분기에 나란히 흑자를 기록했다.
조선 3사는 수주 실적도 올해 들어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동안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조선 업황이 조금씩 살아나는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90.3% 증가한 6천187억원을 기록하며 5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특히 조선·해양플랜트·엔진 사업 부문에서 2천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1천290억원)보다 70%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은 10조7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냈던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1분기에 3천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내며 무려 1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대우조선은 전날 실적발표에서 올해 1~3월 연결기준 2천9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이 10.5%를 기록했다.
1분기 매출은 '수주 절벽'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20.1% 줄었다.
이날 '빅3' 중 마지막으로 실적발표를 한 삼성중공업도 1분기에 2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1분기 매출은 2조4천3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다.
1분기 흑자 실적과 함께 올해 들어 조선 '빅3'의 수주 실적도 전년보다 눈에 띄게 개선돼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는 올해 1~4월에 총 39척(23억 달러)을 수주하며 2014년 이후 3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5척의 추가 수주도 눈앞에 두고 있다.
대우조선은 현재까지 총 7척(7.7억 달러)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주금액으로 6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작년 1~4월에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던 삼성중공업은 올들어 현재까지 15억 달러(2척)을 수주했다. 또 이탈리아 ENI사가 발주하는 25억 달러 규모의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와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하는 1억 달러 규모의 소형 LNG선 2척의 수주가 내정돼 있어 수주 소식이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실적 개선'과 '수주 증가'가 2014년 이후 바닥까지 추락한 조선업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지표가 나오기도 했다.
영국의 조선 해운 전문기관 클락슨은 올해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37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137척)로 지난해 같은 기간(274만CGT)보다 36.5%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여러 선종 가운데 LNG선과 유조선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분위기다.
클락슨은 지난해 483척에 그쳤던 전 세계 선박 발주가 올해 834척으로 2배 가까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수주 영업을 위해 발로 뛰는 업계에서도 시황 회복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주 문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조선 불황 탈출을 말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빅3'의 실적 개선은 매출 감소와 구조조정 효과에 따른 '불황형 흑자'의 모습을 띠고 있는 데다 유가가 또 다시 50달러 선을 위협받을 정도로 내려가는 등 시황이 좋아졌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들이 이미 불확실성을 다 반영했기 때문에 실적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업황 회복 여부는 수주가 '반짝 상승'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져야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확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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