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안팔리는데 중국산까지 막 들어 온다

입력 2017-05-07 07:00   수정 2017-05-07 17:00

카네이션 안팔리는데 중국산까지 막 들어 온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지금쯤이면 카네이션 배송 박스로 복도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바빠야 하는데…. 요새는 일감이 없어 매일 '칼퇴근'한다면 얼마나 한가한지 아시겠어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 화훼공판장 지하 꽃상가에서 자그마한 판매 점포를 운영하는 A 씨는 텅 빈 복도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어버이날이 평일(월요일)이어서 주말 직전까지 주문량이 가장 많을 때"라며 "매년 카네이션 판매가 줄고 있긴 하지만 올해는 체감상 바닥"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대체 선물 수요 증가와 소비 위축에 5월 카네이션 판매량이 해마다 감소하면서 이른바 '카네이션 특수'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 극성수기인데 평균시세 20% 하락…스승의 날 타격 더 클 듯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카네이션 1속당 평균 가격은 4천45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급감했다.

카네이션은 20송이가 1속이다.

어버이날이 올해처럼 평일(월요일)인 경우 어버이날 직전 주말에 카네이션 선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 시기 거래가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시세가 20%나 떨어졌다는 건 예년만큼 수요가 높지 않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카네이션 거래량도 17만9천835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상인들이 체감하는 정도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

실제로 지난 2일 기자가 직접 찾은 양재동 화훼공판장 지하 꽃상가 복도는 텅 비어있었다.

상인들은 몇 명 안 되는 손님들이 자신들의 점포를 지나칠 때마다 "천천히 보세요", "싸게 드릴게요"라고 말하며 한 명이라도 더 붙잡으려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자정부터 다음 날 오후 1시까지 영업하는 꽃 도매상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상인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는 하지만 5월에는 매출이 반짝 오르곤 했는데 점점 '특수'라는 말이 무색하게 1년 내내 조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역시 "올해 5월은 정말 '재미없다'"며 "카네이션이 잘 안 팔리니 안개꽃 등 부자재도 주문이 줄었다"고 말했다.






aT는 이번 어버이날은 징검다리 연휴와 겹쳐 카네이션 소비가 줄었고 카네이션 대신 상품권,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선물을 대신하는 풍토가 확산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특히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이어서 농가의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학생 대표 등이 교사에게 공개적으로 주는 카네이션 등 꽃 선물은 허용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꽃 한 송이라도 학생이나 학부모가 개인적으로 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여서 판매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 수입산에 잠식되는 카네이션 시장…5년 새 60% 증가

그나마 시중에서 판매되는 국산 카네이션도 점차 수입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aT에 따르면 지난해 카네이션 수입 실적은 255만3천 달러로, 5년 전인 2012년(160만 달러)보다 59.5% 급증했다.

2015년 국내 생산량과 지난해 수입물량을 기준으로 수입산은 국내 총 유통 물량의 25%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수입산의 95.4%는 국산보다 낮은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산이 점령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산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콜롬비아산의 수입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aT는 설명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문을 닫는 카네이션 농가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125㏊였던 카네이션 재배 면적은 2015년 기준 76.8㏊로 39% 가까이 줄었다.

결국 장기간 이어지는 소비 위축과 수입산 공세에 청탁금지법까지 겹치면서 국내 카네이션 농가의 입지도 갈수록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aT 화훼공판장 관계자는 "카네이션 농가들은 꽃 성수기인 2월부터 5월까지 올린 소득으로 한해를 '버티는' 영세농가들이 대부분"이라며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란 희망이 크지 않고, 소비는 더 위축돼 영세농가들이 집중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꽃을 선물용으로만 인식하는 우리나라의 꽃 소비문화 자체가 바뀌고 선진국처럼 꽃 소비가 생활화될 수 있도록 홍보가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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