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선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협치 방안을 내놓고 있다. 대선 이후에 대비하는 '준비된 후보'로서 통합적 리더십을 부각하려는 것 같다. 물론 대선을 열흘 남짓 남겨 놓고 다급히 유권자 표심을 붙잡으려는 행보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고질적 병폐인 패거리 정치를 뛰어넘겠다는 것인 만큼 일단 기대해볼 만하다. 누가 집권을 하든 여소야대의 험한 국회 지형은 불가피하다. 내 편, 네 편 갈라 높은 벽을 쌓아놓고는 한 발짝도 움직이기 어려운 게 선거 직후 맞닥뜨릴 현실이다. 뒤늦게나마 후보들이 패거리 문화를 깨는 새 정치 실험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세력과 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하고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정당 인사들도 과감히 내각에 중용하는 '개혁 공동정부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실질적 내각 통할권을 가진 책임총리제를 실시하고, 국회 추천을 거쳐 책임총리를 지명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후보 직속의 통합정부추진위를 통해 초당적 인재 등용, 갈등 해소 및 국가통합 목표 설정, 책임장관제 도입 등을 검토한 뒤 내달 초 보고서를 낸다고 한다. 문 후보는 "1차 협치 대상은 국민의당, 정의당 등 기존의 야권 정당"이라면서 비(非)영남권 출신 총리를 거론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호남 출신 법무부 장관 등 협치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후보들이 저마다 협치를 내세우고 있으나 약속이 지켜질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통합 다짐이 난무했다가 막상 집권한 뒤 코드 정치를 고집하는 사례를 적잖이 경험했다. 후보들의 협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더욱이 대선 막판에 협치를 들고나오는 것도 미심쩍다 할 수 있다. 문, 안 후보의 양강구도가 무너진 상황이다. 반전이 필요한 후보와 우세를 지켜내야 하는 후보가 협치 정치를 급조해 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걱정이 기우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대선 이후에는 냉혹한 정세에 직면해야 한다. 안보는 위기이고 경제도 녹록지 않다. 국민통합도 쉽잖은 과제다. 정권 인수 기간도 없이 총리와 장관을 내정하고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단숨에 밟아야 한다.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긴박하고 비상한 시기다. 협치를 어떻게 할지 조건을 따지고 뜸을 들여가며 협상하는 과정 자체가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정에 비춰 국정을 신속히 정상 가동하려면 선언적 협치만 갖고는 부족하다. 이왕 협치를 하겠다고 한 마당에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가령 국정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총리와 경제부총리, 외교부 장관 등에 대해선 대선 전에 협치 조건에 맞는 인선안을 내놓고 유권자 평가를 받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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