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행' 시민 8년만에 누명 벗나…법원 재심 결정

입력 2017-04-2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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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폭행' 시민 8년만에 누명 벗나…법원 재심 결정

음주단속 경관 폭행 혐의 유죄 판결…남편 결백 주장 부인도 위증 처벌

법원 "명백한 새 증거 발견…기존 판결 유지 못 할 개연성 인정 돼"

(충주=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음주운전 단속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이 난 공무집행 방해 사건에 대해 8년 만에 법원의 재심 결정이 나왔다.






이 사건으로 귀농의 꿈을 접어야 했던 50대 부부는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하며 법정 싸움을 한 끝에 억울함을 풀 기회를 맞게 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2단독 황병호 판사는 최근 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박모(54) 씨 사건의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황 판사는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경우에 해당돼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 씨는 2009년 6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내 최모 씨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가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을 받았다.

박 씨는 아내의 음주 여부를 확인하려던 박모 경장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었다.

박 씨가 술김에 차에서 내려 욕설을 하자 박 경장은 최 씨에게 "전화번호를 주고 가면 다음에 불러 주의를 주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는 순간 박 경사가 오른쪽 팔이 뒤로 꺾이며 쓰러질 뻔한 자세가 되더니 비명을 질렀다.

이 장면은 동료 경찰관이 촬영 중이던 캠코더에 찍혔고, 박 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경찰은 박 씨가 팔을 비틀었다고 주장했지만, 박 씨는 "경찰관이 내 손을 잡고 있다가 갑자기 혼자 넘어지는 상황을 연출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당시 장면을 담은 영상에는 박 씨와 경찰관 사이에 박 씨 아들이 서 있어서 정확한 상황이 보이지 않았다.






박 씨는 검찰이 벌금 200만원을 물리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유죄가 선고됐다. 대법원까지 갔지만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부인 최 씨는 "남편이 경찰관 팔을 비튼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가 위증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 씨는 부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경찰관 폭행 혐의를 부인했다가 위증 혐의로 다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위증 재판 항소심은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청주지법 제1형사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화질을 개선한 동영상 등을 근거로 "팔이 꺾이는 장면을 확인하기 어렵고, 박 씨 자세로는 박 경장의 상체를 90도 이상 숙이게 하는 게 매우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기각돼 박 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재심 결정을 한 황 판사는 "국과수 영상, 유도 전문가의 영상 분석 결과 등은 명백히 새로운 증거"라며 "재심 대상 판결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 시한인 28일까지 항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재심 결정이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 등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재심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 부부는 큰 가구점을 운영하다 '제2의 인생'을 위해 충주로 귀농한 지 1년 만에 이 사건을 겪으며 농부의 꿈을 접어야 했다. 현재 박 씨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교사였던 부인은 공장에 일을 나간다.

재심 청구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진실을 위해 8년에 걸친 투쟁이 빛을 보게 됐다"며 "무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인정됐기 때문에 박 씨의 억울함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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