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로 이름 알리며 '귓속말'까지 상승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귓속말'의 강회장이 무소불위 내지르는 스타일이라면, '내부자들'의 오회장은 법과 정치적인 부분까지 조정하는 인물이라 한수 위이고 훨씬 노회하죠."
그러나 제아무리 돈이 많으면 뭐하나. 강회장도 오회장도 말로가 안 좋다.
SBS TV '귓속말'의 강회장은 지난 24일 방송에서 친구에게 뒤통수를 가격당해 즉사했다. '내부자들'의 오회장은 구속됐다.
이 두 역할은 모두 배우 김홍파(55)가 연기했다. 그는 '내부자들'이 성공하면서 '무명'에서 '유명'으로 운명이 바뀌었다.
김홍파는 최근 인터뷰에서 '내부자들'을 돌아보며 "영화가 잘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웃었다.
"내용이 너무 세서 제작진에게 알게모르게 피해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을 정도예요. 그 당시 대통령을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내용이었거든요. 하지만 우리끼리는 피해가 와도 당당하게 촬영하자, 최선을 다하자 했어요. 잘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시사회를 하고 인터뷰를 하면서도 이 영화가 과연 먹힐까 싶었죠."
하지만 영화는 '터졌다'. 관객 700만 명이 보고, 감독판까지도 히트를 쳤다.
권력과 부의 썩은 민낯을 고발한 '내부자들'은 특히 우리사회 상위 1%들이 벌이는 추잡한 성파티와 "대중은 개돼지"라고 여기는 그들의 속내를 클로즈업한 부분으로 충격을 안겨줬다.
김홍파는 충격적인 '노출 연기'에 대해 "촬영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태어나면서 그런 연기를 처음 해보니 다들 눈을 어디에다 둘지 모르겠는 거죠. 백윤식 선배, 이경영 선배랑 셋이서 여배우들과 연기하는데 다들 민망해서 죽을 지경인 겁니다. 그러다 여배우 중 한 친구가 실제로 정신적으로 '멘붕'(멘탈 붕괴)이 와 촬영을 못하게 됐어요. 촬영이 굉장히 많이 지연이 됐습니다. 그때서야 제가 정신이 들더라고요. 이래서는 촬영이고 뭐고 안되겠더라요."
그는 "제가 막내니까 백윤식, 이경영 선배 두 분은 밖에 나가 계시라 하고 여배우들과 한참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여배우들에게 '나도 처음이다. 나도 민망하고 쑥스럽지만, 우리가 영화는 완성은 시켜야하지 않냐'고 했습니다. 할 거면 제대로 하고. 못하겠으면 여기서 그만두자고 했죠. 배우를 교체해야 하니까요. 그러자 그 친구들도 정신 차리고 의기투합해서 3박4일간 꼬박 그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그는 "당시 한 컷을 찍고 잠깐 쉬러 나오면 자동적으로 담배가 입에 물리더라"고 말했다.
"우리가 연기를 하고 있지만 이놈들 진짜 나쁜 놈들이다 싶은 거죠. 이놈들이 진짜 우리를 개돼지로 보겠다 싶더라고요. 연기지만 하는 짓이 욕이 나오는 거죠. 상위 1%라는 사람들이 99%의 국민을 이런 식으로 보겠구나 싶어 씁쓸했습니다."
김홍파는 "'내부자들'이 숨겨졌던 사실들을 조금이나마 세상에 알린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치국면이나 사회국면이나, 다들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잖아요. 국민이 '우리 스스로가 정신을 차려야하지 않을까' 각성하게 됐고, 그것을 통해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