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역 30명 목표에 절반 채용 그쳐…"처우·시스템 개선해야"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 건으로 최순실 사태에 엮인 데 이어 대우조선해양[042660] 채무조정을 두고 '홍역'을 치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이제는 운용역 충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30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30명 안팎을 목표로 운용역 채용 절차를 진행했으나 절반에 그친 15명 정도를 최종 채용하기로 했다.
오는 6월까지 이들이 입사 절차를 마무리하더라도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직 직원은 정원 260명에서 20명이 모자란 240명 정도에 그치게 된다.
지난해 기금운용본부를 떠난 운용역만 30명에 달하며 올해 들어서도 15명이 퇴사했거나 퇴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자 실무를 총괄하는 주식운용·채권운용·대체투자·해외증권·해외대체투자·운용전략·운용지원실과 리스크관리센터의 실장(센터장 포함)급 임원 대부분이 보직을 맡은 지 1년도 채 안 됐다. 기존 실장의 퇴사로 자리를 맡은 탓이다.
그나마 2012년부터 2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투자를 총괄해 온 안태일 채권운용실장도 대우조선 문제를 정리하고서 최근 건강 문제로 퇴사했다.
기금운용본부는 다음 달 1일자로 김종희 신임 채권운용실장을 임명했지만, 여전히 해외증권실장과 해외대체실장은 공석이어서 직무대리 체제로 운용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애초 올해 연말까지 운용역을 275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기존 정원(260명)을 채우기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564조원(2월 말 기준)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금 운용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의 위기는 결국 국가적 위기라는 지적까지도 나온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상장사 주식 보유액은 전체 운용기금의 19% 수준인 107조원에 달한다.
매년 쌓이는 기금이 50조원인데 포트폴리오 비중을 고려하면 기금운용본부가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만 투자하는 자금은 10조원에 달한다.
잇따른 인력 이탈에 따른 운용역 부족 현상에는 지난 2월 말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도 한몫 거들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족의 생활 터전인 서울을 당장 떠날 여건이 안 돼 직원 대부분이 혼자 전주로 내려가야 했다"며 "연봉도 민간 펀드매니저의 60% 수준밖에 안 돼 이직을 검토하는 운용역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기금운용본부는 직원 숙소 운영과 이주비 지급 등 직원 처우 개선과 신규 운용역 추가 채용 등을 통해 국민 노후자금 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최근 채용 과정에서 목표 인력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 게 그 방증이다.
기금운용본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주 이전도 한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최근 최순실 사태나 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듯이 막중한 책임과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도 인력 충원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달 말에도 추가 채용 공고를 내려고 한다"면서 "직원 이탈 최소화와 남은 인력의 안정적 업무 수행을 위해 관계 당국과 지속해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대선 이후 현재 공석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함께 기금운용본부장의 교체설까지 나오고 있어 정부 당국과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의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의 운용역 연봉은 최소 3억원은 되는 것으로 안다"며 "최고의 전문가들이 몰리는 GIC와 국민연금은 비교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노후자금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인력 충원도 중요하지만, 운용역의 임기 보장 등 시스템의 개선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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