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장관 "추모 뜻 더럽혀…부끄러운 줄 알라", 르펜도 거리두기 나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선 후보 마린 르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88)이 파리 총격테러로 순직한 경찰관의 추모식이 동성애를 공공연히 인정하고 찬양했다고 주장해 비난에 직면했다.
르펜의 소속당인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명예대표 장마리 르펜은 최근 자신의 SNS에 올린 영상에서 지난 25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주재한 고(故) 자비에 쥐젤레 경관의 추모식이 고인에 대한 애도 측면보다 동성애를 인정하는 성격이 더 강했다고 주장했다.
쥐젤레 경관은 지난 20일 저녁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순찰 근무 중 극단주의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의 총격을 받고 순직했다.
동성애자였던 쥐젤레 경관은 생전에 경찰 내 성 소수자 인권운동에도 앞장서왔으며, 추모식에는 쥐젤레 경관과 사실혼 관계인 동성 연인이 대표로 추도사를 했다.
장마리 르펜은 "숨진 경찰관의 동거인이 참석해 긴 추도사를 한 것은 동성결혼을 제도화하고 공공연히 찬양한 것"이라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마티아스 페클 내무장관은 즉각 트위터에 "부끄러운 줄 알라"며 "그가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과 동거인의 훌륭한 추모사를 더럽혔다"고 비난했다.
국민전선 측도 즉각 창당자이자 대선 후보의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과 거리를 두며 진화에 나섰다.
올랑드 대통령의 초청으로 추모식에 참석한 마린 르펜은 "언제나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희생된 경찰들의 편에 설 것"이라며 "추모식과 추모사 모두 고결하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르펜에 이어 국민전선 당수직을 이어받은 스티브 브리우아도 "용인할 수 없는 언사"라고 비판했다.
프랑스에서 동성 간 결혼은 합법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사회당은 지난 2013년 세계에서 14번째로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했다.
평소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고 외국인 혐오발언을 일삼아 수차례 유죄판결을 수차례 받은 장마리 르펜은 동성애에 대해서도 자주 공공연하게 반감을 표출해 왔다.
작년 12월 르피가로와 인터뷰에서는 "동성애자들은 수프 속의 소금과 같다. 전혀 없으면 조금 싱거울 뿐이지만, 많으면 먹을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마리 르펜은 1972년 국민전선을 창당해 극우정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2002년 대선 결선에 진출했다가 중도우파 자크 시라크에게 완패했다. 그는 당에서 극우 이미지를 지우려는 딸과 다툼 끝에 2015년 당에서 쫓겨나 명예대표직만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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