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청구서' 또 오나?…방위비 분담금 등 압박 가능성

입력 2017-04-30 05:21   수정 2017-04-30 16:25

'트럼프 청구서' 또 오나?…방위비 분담금 등 압박 가능성

'동맹에 공짜 없다' 트럼프 인식, 향후 협상에 반영될 듯

"美전략무기 한반도 출동비용 요구 가능성 배제 못 해"

10여년간 미국산 무기 36조원어치 구매…평택기지에 9조원 부담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비용 10억달러(1조1천300억원)을 한국이 내야 한다고 거듭 발언한 것을 보면 앞으로 '트럼프 청구서'가 또 날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사드배치 결정이 '한미동맹 차원'이라는 지난해 한미 국방당국 간의 합의에도 사드 비용 청구서를 보낸 것을 보면 동맹관계라는 큰 틀에서 이뤄지는 양국 군사분야에서도 새로운 비용 부담이 발생하거나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두고 진행한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사드배치 비용을 내야 하느냐?"라며 "정중히 말하건대 한국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며 "그것(사드)은 10억 달러 시스템이다. 매우 경이롭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3월 사드 배치 협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 구성 때 체결한 약정서에 사드 전개 비용을 미국이 부담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서명을 했는데도 이를 무시하는 발언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동맹들에 미군 주둔비용 인상을 요구해왔다. 한마디로 동맹관계라도 '안보 무임승차'는 안 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미국 전략무기 한반도 출동 비용과 한미연합훈련 비용 정산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관측한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대로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출동이 정례적으로 이뤄지면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 논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한 군사전문가는 30일 전했다.

이 전문가는 "항공모함이나 B-1B와 B-52, B-2 폭격기 등의 한반도 출격에 엄청난 유류비용이 들어간다"면서 "미국 전략무기가 한 번 출동하는 데 수십억원의 비용이 드는 데 최근 잦은 전략무기의 출동은 앞으로 방위비 분담 증액을 견인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미는 5년 단위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는데 현행 분담금은 2014년 체결한 제9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른 것이다. 2014년 9천200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인상하되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가 부담한 금액은 9천507억원이지만, 다음 협상이 본격화하는 내년에는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미국이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증액 압박을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조원에 달하는 사드체계를 성주골프장에 배치한 것을 걸고들며 훨씬 높은 인상률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사드 비용을 한국이 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그 신호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는 방위비 분담금과는 별개로 한미연합훈련 비용도 분담하는 경우가 있다. 연합규모가 확대될수록 분담액은 늘 수밖에 없다.

연합훈련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예상되는 훈련비가 설정된다. 양국 군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C41 등 공용시스템의 회선비 등이 주로 분담 대상이다.

합참에서 근무한 한 예비역 장성은 "연합훈련 계획 단계에서 훈련비가 설정되는데 큰 원칙은 각자 부담하는 것"이라며 "공통으로 사용하는 장비에 대해서는 훈련비용을 분담한다"고 말했다.

한미연합훈련 비용 분담액 규모는 2000년 초반에 한 차례 공개된 이후 지금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난 1997년 이후 2001년까지 연합전시증원연습(RSOI), 을지포커스렌즈(UFL·현재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 등 3개의 한미 연합훈련에 우리 군은 당시 110억원 훈련비를 분담한 적이 있다.

이 기간 미군이 요구한 우리측 훈련 분담금은 164억원가량이었으나 우리측은 경제사정 악화 등을 내세워 훈련 후 협상을 통해 분담금을 조정해왔다.

미측은 1994년 처음으로 연합훈련 비용 분담을 요구했으며, 양측은 1996년부터 비용 분담협상을 시작해 1998년 2월 일괄 체결한 양해각서(MOU), 상호군수지원 시행약정(MLSA-IA), 모의지원 합의각서(SMOA) 등을 근거로 훈련비를 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대형 무기도입사업 때마다 '한미동맹'이란 큰 틀에서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왔다.

지난 2006년부터 작년 10월까지 미국에서 36조360억원어치의 무기를 구매했다. 이는 작년 우리나라 전체 국방비(38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평택 미군기지를 조성하는 데도 9조원가량을 부담하고 있다. 미군이 주둔한 국가 가운데 미군과의 원활한 가교역할을 맡는 '카투사' 제도를 한국만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0억여원 가량의 국방비가 투입됐다.

2천여명에 달하는 카투사는 한국 문화와 언어 등에 낯선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임무를 원활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예비역 장성은 "일부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의 봉 노릇을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한미동맹이란 이름 아래 충분히 동맹으로서 기여를 하고 있다"면서 "한미동맹에 기여하는 안보비용 부담 규모가 미국 동맹국 중 최상위권"이라고 말했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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