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엄한 경비 속 1만5천여명 참석 공개 미사…골프 카트 타고 등장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집트를 이틀 일정으로 공식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9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 동부에 있는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대규모 공개 미사를 집전하고 '광신주의'에 대한 경계를 촉구했다.
이집트 국영 TV로 중계된 화면을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카이로 전역에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가운데 방탄 차량이 아닌 일반 승용차를 타고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스타디움 안에서는 골프 카트를 타고 이동하면서 관중석에 이미 자리를 잡은 1만5천여 명의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또 파라오 복장을 한 이집트 어린이들로부터 인사를 받으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집트군이 관리하는 이 스타디움 주변 도로에는 일정 간격으로 정복과 사복 차림의 경찰이 배치됐다. 또 스타디움 인근 통행 차량과 보행자들은 폭탄과 위험물질 소지 등 검문을 받았다. 스타디움 상공에는 헬기가 비행하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이번 대규모 야외 미사에는 이집트 가톨릭 신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흰색, 노란색의 풍선과 바티칸 국기를 흔들며 교황의 방문을 반겼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이집트인들에게 자비로운 이들이 될 것을 촉구하며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광신은 관용의 광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밖의) 다른 어떠한 광신은 신에게서 나오지 않고 그것은 신을 기쁘게 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진정한 신념이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며 "이 신념은 다른 이들을 넘어서야 할 적으로 보게 하지 않고 사랑하는 형제, 자매로 보게 한다"고 전했다.
이집트를 이틀 일정으로 찾은 교황은 전날엔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등 정치, 종교 지도자를 만나고 수니파 이슬람의 최고 기관으로 꼽히는 알아즈하르 대학에서 열리는 국제평화회의에도 참석했다.
같은 날 교황은 또 작년 12월 자살 폭탄테러가 일어난 카이로 시내의 한 교회에서 기독교 분파인 이집트 콥트 정교회 교황 타와드로스 2세와 함께 예배를 집전했다.
교황은 당시 행한 연설에서 "평화는 신성한 것"이라며 "어떠한 폭력적 행위도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동적인 포퓰리즘의 형태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것들은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교황은 방문 전에는 "여러 해 동안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지역 분파(IS의 이집트 내 조직)가 일으키는 반란을 견뎌 온 나라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이번 방문은 단합과 우애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스타디움에서 공개 미사를 마친 후 이날 오후 카이로에서 가톨릭 사제와 신학대학생 등을 만나고 나서 이탈리아 로마로 돌아간다.
이번 교황의 방문은 이집트 정부가 이달 9일 북부 콥트교회에서 연쇄 폭탄테러로 최소 45명이 죽자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다음 이뤄졌다.
이집트 정부는 추가 테러 가능성을 우려해 교황의 동선을 따라 차량을 모두 통제하고 일행을 삼엄하게 경호했지만, 교황은 방탄기능이 없는 일반 승용차로 이동했고, 창문을 열고 카이로 시내를 통과했다.
가톨릭 교황이 무슬림이 절대다수인 이집트를 방문한 것은 2000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두 번째다.
전체 인구가 9천만명에 이르는 이집트 내 가톨릭 신자는 약 2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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