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치 "EU, 브렉시트·포퓰리즘 급부상 맞서려면 전면 쇄신 필요"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정치 체계 간소화를 목표로 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 부결 책임을 지고 지난 12월 사퇴한 뒤 칩거해 온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집권 민주당의 당 대표 복귀를 통해 재집권 청사진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일 전망이다.
중도 좌파 성향의 이탈리아 집권 민주당(PD)은 30일 전국의 당원이 참여하는 대표 경선을 실시,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총선을 이끌 당 대표를 선출한다.
렌치 전 총리, 안드레아 오를란도 법무장관, 미켈레 에밀리아노 풀리아 주지사 등 3명이 후보로 등록한 이번 경선의 여론 조사 결과 렌치 전 총리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당 대표 재선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지난 주 여론조사 기관 Ixe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렌치 전 총리는 지지율 60%를 기록, 각각 15%와 8%에 그친 오를란드 장관과 에밀리아노 주지사의 지지율을 크게 웃돌았다.
작년 12월 측근인 파올로 젠틸로니 전 외무장관에게 총리직을 넘기고 물러난 렌치 전 총리는 지난 2월에는 차기 총선을 통해 총리직에 복귀하기 위한 수순으로 집권 민주당 대표직에서도 사퇴했다.
그는 이번에 당 대표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이를 기반으로 전열을 재정비, 차기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다시 총리직을 탈환한다는 구상을 품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렌치 전 총리의 독선적인 의사 결정에 반발해 소수파가 민주혁신당(MDP)이라는 새 정당을 만들어 분당한 여파로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M5S)에 지지율 3∼8% 차로 뒤지고 있어 차기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개혁을 부르짖으며 집권 초기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구가하던 렌치 전 총리 역시 총리 시절 인상적인 개혁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며 현재는 개인적인 지지율도 25% 안팎에 그치는 등 인기가 급락했다.
렌치 전 총리는 이런 상황을 고려한 듯 지난 26일 치러진 민주당 경선 경쟁자들과의 TV 토론에서 내년 총선 결과 자력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와 연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28일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당 대표 경선 유세를 마무리하며 "유럽이 작년 브렉시트(유럽의 EU 탈퇴) 투표와 포퓰리즘 세력의 급부상에 맞서 살아남으려면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하고,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1위를 차지하자 축하를 보내며 자신과 마크롱은 포퓰리즘 세력과 싸우고, 유럽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경쟁자인 오를란도 장관은 이에 대해 "렌치는 민주당을 '원 맨 쇼'로 변질시켰다"며 렌치가 대표로 재선하면 민주당은 프랑스 집권당인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후보가 대선에서 고작 6%를 득표하는 데 그친 것처럼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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