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북중교역 거점 中 단둥…"北미사일 도발에 불안"

입력 2017-04-29 20:11  

[르포] 북중교역 거점 中 단둥…"北미사일 도발에 불안"

중국 노동절 휴일 맞아 평안함 속 위기감

주민·관광객 "북한 핵실험 절대 반대, 도발 멈추길"

(단둥=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조선(북한)이 오늘 아침에도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다행히도 발사에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하지만 언제 또 군사도발을 할지 알 수 없어 불안한 마음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위협을 가장 가까이서 겪는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시민들은 29일 전해진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의 노동절 연휴 첫날을 맞아 단둥 압록강변공원을 찾은 시민과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은 "(미사일 발사는) 휴일의 평온함을 깨는 나쁜 뉴스였다"며 비난의 화살을 북한에 돌렸다.

단둥시민 왕(王)모 씨(34)는 "조선 김정은 정권이 작년에 이어 올해 또 핵실험을 하려 한다는 소식에 불안하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미국과 조선(북한) 간에 전쟁이 벌어진다는 소문도 나도는데 조선 핵실험에 절대 반대하며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둥에서 북쪽으로 1천360㎞ 떨어진 헤이룽장(黑龍江)성 헤이허(黑河)에서 온 자오(趙)모(71)씨는 "전 세계적으로 비핵화를 추구하는 마당에 조선이 유독 핵실험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오늘 새벽에도 미사일을 쐈다는데 '나쁜 짓'(不好)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노동절 연휴 시작과 더불어 단둥의 낮 최고기온이 영상 21도까지 오르고 쾌청한 날씨를 보이면서 단둥의 명소인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와 압록강단교(鴨綠江斷橋) 주변에는 종일 수만 명의 구름 인파가 몰렸다.

북한과의 국경관광이 발달한 단둥에서 가족이나 친구, 연인 단위로 바깥나들이 하던 사람들은 북한의 군사도발에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린(吉林)성에서 단둥까지 찾아왔다는 한 중국인은 "쏠려면 얼마든지 쏘라(打打打). 중국이 어떤 응징을 할지에 대해서는 조선의 '진싼팡'(金三반<月+半>·뚱보 3세란 뜻의 김정은 별명)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조선족 상점거리에서 북한인을 찾기는 어려웠다. 북한 무역상들이 북한으로 들여갈 물품을 사들이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연휴인 탓에 북한인의 발길은 뜸했다.

단둥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북한식당의 접객 거부는 다소 진정된 분위기였다. 단둥의 북한식당들은 작년 4월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서 발생한 북한식당 종업원의 집단탈출 사건 여파로 한동안 한국인 손님을 냉대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30분께(현지시간) 단둥의 한 북한식당을 찾았다가 "어디서 오셨습니까?"라고 묻는 여종업원에게 기자와 동행한 조선족 동포가 "선양(瀋陽)에서 왔다"고 답하자 "안으로 들어가시라"는 답변을 받았다.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한국 사람의 억양이 튀어나오자 종업원들은 냉정한 표정을 지었으나 별다른 반응 없이 주문을 받았다.

단둥 열차역 부근 '고려촌'(한국·북한 민속거리)에 있는 음식점의 가게 주인과 종업원들은 최근 북한의 핵도발 위협을 대하는 중국인들의 시각은 세대별로 차이를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 사람들이 즐겨 찾는 한 식료품점 주인은 "전쟁에 대한 직간접적 체험을 지닌 중장년층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큰 위협을 느끼는 눈치이지만 20대 이하 청년층은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단둥 번화가에서 만난 중국 젊은이들은 북한 핵위협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 많았다.

천(陳)모 씨(22)씨는 "뉴스를 통해 핵실험이니 미사일 발사니 하는 소식을 듣지만, 위험을 실감하지는 않는다"며 "평소 이 문제에 관심도 없고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압록강변공원을 친구와 함께 거닐던 대학생 후(胡)모 씨(20)씨도 "단둥에 살지만 조선 핵실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다"면서 "현재 정세를 보면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에 각국의 이익이 걸려있어 전쟁이 쉽게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해지면서 북한과의 무역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단둥의 경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단둥 해관(세관) 앞 도로에서 인터뷰에 응한 팡(房)모 씨(50)씨는 "작년 3월 이후 연합국(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시행되면서 조선과의 무역으로 먹고사는 단둥 사람 중 생계에 지장을 받는 이가 많다"며 "제발 김정은이 군사도발을 멈춰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단둥시 외곽 관광명소 후산창청(虎山長城)으로 향하는 강변도로에는 휴일을 맞아 고속도로와 자가용이 몰려 주차장을 방불케 했으며 유람선은 중국인 관광객을 가득 태우고 강을 가로질렀다. 다만 압록강 건너편 북한땅에는 인기척을 찾기 힘들었다.





realis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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