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2승 2패를 기록 중인 안양 KGC인삼공사가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빼 들면서 이 승부수가 통할 것인지 농구 팬들의 관심이 커졌다.
인삼공사는 가드인 키퍼 사익스(24·178㎝)가 챔피언결정전 1차전 도중 발목을 다쳐 남은 경기 출전이 어려워지자 마이클 테일러(31·188㎝)를 '긴급 수혈'하기로 했다.
2008-2009시즌 미국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에서 51경기에 출전한 경력이 있는 테일러는 최근까지 카타르 리그에서 뛰어 경기 감각이 살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번도 손발을 맞춰본 적이 없는 선수를 우승의 향방이 정해지는 챔피언결정전 6, 7차전에 투입하는 것은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국내 농구에서 챔피언결정전 기간에 외국인 선수를 바꾼 사례는 없었다.
다만 정규리그 막판에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겨냥해 외국인 선수를 바꾼 사례는 있었다.
가장 비슷한 경우는 2003년 여름리그 여자프로농구였다.
당시 우리은행은 트라베사 겐트라는 외국인 선수로 정규리그를 치러 12승 8패,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후 플레이오프에서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시즌을 마친 타미카 캐칭을 불러들였다.
캐칭은 바로 직전 시즌인 2003년 겨울리그에서 우리은행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선수다.
캐칭은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평균 25점, 12리바운드의 괴력을 발휘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25.3점에 15.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생명을 상대한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는 23점, 25리바운드, 8어시스트, 4스틸이라는 믿기 어려운 기록을 남겼다.
정규리그에서는 한 경기도 뛰지 않았던 캐칭은 당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6경기만 출전해 결국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2002-2003시즌 프로농구 원주 TG도 비슷한 경우였다.
정규리그 막판인 2003년 3월에 데릭 존슨이 어깨 부상으로 출전이 어렵게 되자 리온 데릭스를 대타로 불렀다.
데릭스는 정규리그 마지막 세 경기에만 출전했고 이후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까지 뛰면서 TG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챔피언결정전 6경기 가운데 네 번이나 더블더블을 해내며 존슨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데릭스는 이때 활약으로 2003-2004시즌 TG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물론 실패 사례도 있다.
2004-2005시즌 부산 KTF는 정규리그까지 기용한 게이브 미나케 대신 플레이오프부터 크니엘 딕킨스를 새로 기용했다.
당시 미나케는 기량은 좋았지만 불같은 성격 때문에 팀 분위기를 해친 적이 여러 번이었다. 결국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부상 사유로 교체됐지만 농구계에서는 성격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서울 삼성과 6강 플레이오프부터 나온 딕킨스는 두 경기에서 평균 19점을 넣었지만 KTF는 2패로 탈락했다.
고양 오리온도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세 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스캇 메리트 대신 조셉 테일러를 영입하며 6강 플레이오프를 대비했다.
하지만 테일러는 6강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평균 9득점에 그쳤고 오리온은 2승 3패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물론 외국인 선수 교체는 결과론을 갖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미나케와 메리트를 플레이오프 직전에 바꿨던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올해는 반대로 오데리언 바셋을 끝까지 기용했다가 4강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추일승 감독은 "올스타 휴식 기간에 바셋 교체를 검토했지만 그때는 한참 기량이 괜찮았고 동료 선수들의 평가도 좋았기 때문에 바꾸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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