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스님 "화쟁이란 왼손·오른손이 '한몸'임을 깨닫는 길"

입력 2017-05-01 07:45  

도법스님 "화쟁이란 왼손·오른손이 '한몸'임을 깨닫는 길"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공동본부장 "촛불 정신이 곧 부처님 정신"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한국불교가 '촛불 광장'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우리 시대에 희망을 주는 불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백년대계본부 공동본부장 도법(道法·69)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이 보통 사람들에 의해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구현된 장면이 지난해 촛불 광장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생명평화 사상가이자 활동가이기도 한 스님을 부처님오신날(5월 3일)을 앞두고 30일 서울 종로구 백년대계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근 호성·금곡(정념) 스님과 함께 백년대계본부 공동본부장에 임명된 도법 스님은 월주 스님을 은사로 1967년 사미계를 받았으며, 실상사 주지와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을 지냈고 현재 화쟁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스님은 간디의 비폭력 불복종 정신에서 석가모니 붓다의 정신을 발견하고 붓다의 삶과 가르침을 사회적 실천으로 옮기는 데 앞장서왔으며 2004년 3월 1일부터 2008년 12월 12일까지 무려 1천747일 동안 3만 리를 걷는 '생명평화 탁발순례'에 나서기도 했다.

스님은 인터뷰에서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온 탄핵 정국과 촛불 시위 그리고 새로운 지도자 선출을 앞둔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과제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갔다.




스님은 특히 "평화로운 촛불 광장은 국민의 승리이자 평화의 승리"라며 "특히 부처님오신날 즈음에서 '평화의 촛불'이 곧 부처님의 사상이고 정신이라는 점을 깨닫고 삶의 현장에서 실천을 다짐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는 부처님 말씀에 담긴 뜻을 설명했다.

스님은 "시간과 공간, 몸과 마음보다 더 가치 있고 중한 것은 없으며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라며 "내가 주인이기 때문에 내가 사고하고 행위 하는 대로 즉각 내 삶이 창조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것이 부처님 사상과 정신의 핵심이고 이를 가장 웅변적으로 보여준 것이 평화로운 촛불 광장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평화로운 세상을 열어가기 위한 해법으로 '화쟁'(和諍)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스님은 "원효대사의 일심동체(一心同體)나 사명대사의 법성원융(法性圓融)이 말하는 바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와 이 세상은 서로 그물의 그물코처럼 이뤄져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세상에 분리·독립된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만물이 서로 그물코처럼 연결되고 의지하고 영향과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스님은 그러면서 '왼손과 오른손'의 비유로 화쟁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나라는 존재와 너라는 존재는 왼손과 오른손 같은 존재에요. 서로 분리됐다고 할 수도 있고 또 한몸으로 연결돼있기도 하죠. 그런데 살다 보면 우리는 한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스님은 "오늘날 세상은 '너 없이도 나 혼자 잘 살 수 있다'거나 '너를 없애고 나만 잘살겠다'는 세상이 됐다"며 "상대를 제압하고 싸워서 이기는 것은 문제가 풀리는 길이 아니고 희망이 나올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왼손과 오른손이 함께하는 길을 열자는 것이 곧 화쟁"이라며 "촛불 광장에서 표출된 국민의 바람과 요구가 이 지점에 있다고 본다. 대통령 후보라는 분들이 이런 부분에 대한 안목을 갖고 국민의 바람과 기대에 맞춰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님은 '화쟁위원회가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는 입장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화쟁의 역할은 문제를 풀고 해결하는 것이지 편들어 싸우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불자와 출가자 수 감소 등 불교가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스님은 "현대 사회에서 탈(脫)종교화가 거센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개개인들의 종교적 욕구는 되레 높아지고 있다"며 "촛불 광장에서 이런 종교적 갈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삶을 싸움의 방식으로 다루는 게 속다운 삶이고 평화로 다루는 것이 성스러운 삶"이라며 "더불어 평화롭게 살자는 성스러움에 대한 갈망에 응답하는 것이 종교 위기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국민의 종교적 욕구에 부합한다면 불교의 장래는 밝고 활기찰 것"이라고 덧붙였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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