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연합뉴스) 권훈 기자= "우승을 쫓아다녔더니 달아나더라. 이번엔 마음을 내려놨더니 우승이 따라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7년을 뛰면서 124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던 김지현(26)을 125번째 대회에서 우승으로 이끈 것은 '무심타'였다.
30일 경기도 용인 써닝포인트 골프장에서 열린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짜릿한 18번홀(파5) 5m 버디로 1타차 우승을 차지한 김지현은 "마음을 비운 결과"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우승 기회가 없지 않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부진해 번번이 우승을 놓쳤던 김지현은 "조급증 때문에 최종 라운드를 망쳤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모르게 욕심을 냈고 서둘렀다"면서 "이번에 정말 마음을 내려놨다"고 말했다.
김지현은 1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로 중위권에 그쳤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인 10언더파 62타를 때려내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KLPGA투어 18홀 최소타 기록(61타)을 깰 뻔했기에 주목과 기대를 받았다.
김지현은 "10언더파를 쳤지만, 우승 욕심은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동선두로 나선 최종 라운드 1번홀(파4)에서 티샷과 두 번째 샷이 모두 왼쪽으로 당겨진 탓에 보기를 적어냈지만, 김지현은 "어차피 나올 보기라면 일찍 나오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에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6번홀까지 버디 하나 잡아내지 못하는 사이에 선두 경쟁은 딴 선수들이 벌이고 있었지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기다리면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김지현은 "경기 내내 순위표를 보지 않았다. 몇 군데 세워진 대형 전광판은 눈이 나빠 보이지도 않았다"면서 "공동 선두로 올라선 16번홀 버디나 단독 선두로 나설 수 있었던 17번 홀 버디 퍼트 때도 순위를 몰랐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우승을 확정 지은 18번홀 버디 퍼트를 할 때조차도 순위를 몰랐다고 그는 털어놨다.
"버디 퍼트가 들어간 뒤에 캐디가 '우승했다'고 말해줬을 때도 '무슨 말이야, 정말이냐'고 되물었다"는 김지현은 "18번홀 그린 주변에 모여있던 동료 선수들이 달려와서 축하해주기에 비로소 알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우승을 의식하지 않고 경기를 치렀다는 얘기다.
김지현은 우승을 결정지은 18번홀 5m 퍼트 역시 "짧게는 치지 말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김지현은 늘 퍼트를 지나가게 치려고 했다. "오늘도 9번홀에서 퍼트가 짧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김지현은 "그다음에는 늘 퍼트를 길게 쳤다"고 말했다. 1번홀 보기 이후 6개의 버디를 잡아낸 원동력이었다.
그는 "결코 심약해서 그동안 우승을 놓친 게 아니다. 새가슴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그동안은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음을 비운 김지현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매샷, 매 라운드, 매 대회, 매 시즌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일 뿐 목표를 정하지 않겠다. 목표를 정하면 목표에 얽매이더라"는 김지현은 "다음 우승 역시 언제 하겠다는 목표를 없다. 하늘이 주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김지현의 우승은 그러나 마음을 비운 덕만은 아니다.
그는 "겨울 훈련 때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치른 겨울 훈련 동안 쇼트게임과 체력 훈련에 공을 들였다.
"체력 훈련을 많이 해서 그런지 드라이버 거리는 약 10야드, 아이언 거리는 약 반 클럽 정도 늘었다"는 김지현은 "확실히 그린을 공략하는 건 전보다 수월해졌다"고 자신감을 살짝 내비쳤다.
초등학교 시절 쇼트트랙 스케이팅을 하다 골프로 돌아선 김지현은 "퍼팅과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을 더 연마해서 더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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