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대 브랜즈 교수 "대통령직 바꾼 것보다 자신이 더 많이 변해"
첫 90일간 28개 법안 서명…'가족 위주 백악관' 이해상충 논란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이후 100일동안 전임자들과는 다른 파격 행보를 보이면서 좌충우돌했지만, 현실에 맞춰가면서 변해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취임 100일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 이후 보여준 업무 스타일과 변화를 조명했다.
공직 경험이 전혀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들어온 이후 기존 관행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대통령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역사학자들이나 워싱턴DC 인근의 교수들이 "이전에는 없었다"고 평가하는 말이나 행동을 거의 매일 쏟아냈다.
전임자들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대통령직을 추진했으며, 법률안 통과가 좌절되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확대했다. 무역, 기업규제, 환경 등의 분야에서는 전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훨씬 공격적으로 나섰다.
또한 이전 대통령들이 지킨 관습을 트럼프 대통령은 따르지 않았다. 취임 이전에 영위했던 사업과 완전히 단절하지 않았으며, 세금납부 내용의 공개도 거부하면서 다른 대통령보다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 있다. 장녀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백악관에서 근무하게 해 전임자들보다 더 '가족 위주의 백악관'으로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장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주장으로 혼선을 초래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별도의 기사를 통해 취임이후 99일 중 91일 동안 적어도 한번 이상의 거짓, 또는 사실을 오도하는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도청을 지시했다는 주장, 스웨덴에서 테러가 발생했다고 시사한 발언 등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두고 "첫 100일 동안 어떤 행정부도 우리만큼 많은 일을 하지 못했다"고 한 발언도 과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첫 90일 동안 28개 법안에 서명하고 대법관 지명자도 상원 인준을 받았다. 하지만 100일 이내에 통과시키려고 했던 10개 주요 법안 중 하나도 서명하지 못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같은 기간에 76개의 법안에 서명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경기부양정책을,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세금감면안을 각각 100일 안에 통과시켰던 것과 비교된다.
이전 대통령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자유로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점으로 거론됐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세력에게 갚을 빚이 적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과 국무부에서 근무했던 재닛 멀린스 그리섬은 "정치적인 압력에 영향받지 않는다는 것이 다른 대통령과 가장 큰 차이"라면서 "이 때문에 일반 유권자투표에서는 상대후보에게 뒤졌는데도 압도적으로 승리한 대통령만큼이나 많은 지렛대를 갖고 자신의 방식대로 통치할 자유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의 규범을 지키지 않는 데 대해 미국 정가의 베테랑들은 조바심을 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워싱턴 정가의 기득권 권력과 싸우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틀을 깨는'(crockery-breaking) 대통령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발전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취임 첫날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만들고 중국과는 대결하려고 했던 모습을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북한, 건강보험 등의 이슈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깨달았으며,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더 많이 알게 된 탓에 선거 당시 과격했던 몇몇 공약은 폐기했다.
텍사스대 H.W.브랜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바꾼 것보다는 대통령직이 트럼프를 더 많이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로서 취했던 위치보다 온건해졌거나 입장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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