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변화구' 류현진, 967일 만에 9탈삼진

입력 2017-05-01 07:54  

'춤추는 변화구' 류현진, 967일 만에 9탈삼진

고비마다 체인지업·커브·슬라이더로 삼진 퍼레이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춤추는 변화구'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타자들의 배트를 피해갔다.

배트에 닿지 않는 공. 류현진은 자신 있게 공을 던졌고, 삼진을 9개나 잡았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삼진으로 고비를 넘기고, 기세를 올렸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 삼진 9개를 잡은 건 2014년 9월 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6⅔이닝 7피안타 2실점 9탈삼진) 이후 967일 만이다.

1회초 아웃 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하고, 첫 실점하고서 무사 1,2루에 몰린 류현진은 마이켈 프랑코를 시속 127㎞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평소 주로 공략하는 우타자 바깥쪽이 아닌, 몸쪽으로 체인지업을 던져 프랑코를 당황하게 했다.

1회 2사 1,2루에서는 좌타자 마이클 손더스의 몸쪽을 파고드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 위기를 넘겼다.

2회 닉 피베타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이날 첫 삼자범퇴도 끌어냈다.

3회 첫 타자 세사르 에르난데스에게는 커브를 결정구로 던져 삼진을 잡았다.

프랑코를 다시 한 번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한 류현진은 4회 손더스를 시속 147㎞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 '직구 자신감'까지 키웠다.

이날 류현진이 마지막으로 잡은 아웃카운트도 삼진이었다. 류현진은 6회 무사 1루에서 대니얼 나바를 시속 133㎞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아웃카운트 16개 중 9개를 삼진으로 채우는 놀라운 투구였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는 탈삼진왕 4차례(2006, 2007, 2009, 2010)를 차지한 '닥터K'였다. 위기 때 구위로 상대 타선을 누를 수 있는 투수였다.

하지만 미국에서 류현진은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가 아니다. 이날 전까지 370이닝에 317삼진을 잡아 9이닝당 삼진은 7.7개였다. 파워 피처가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는 평범한 수치다.

한 경기에서 두 자릿수 삼진을 잡은 것도 총 두 차례(2013년 5월 1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12삼진, 2014년 7월 1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10삼진)뿐이다.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재도약해야 하는 류현진에게 삼진은 '구위'를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이다.

이날도 류현진의 직구는 빠르지 않았다. 90마일(시속 145㎞)을 넘는 공은 8개뿐이었다.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순간, 류현진은 변화구로도 여러 개의 삼진을 잡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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