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 의료진 증언집서 계엄군 사격 사실 드러나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대학교병원도 계엄군의 무차별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5·18 당시 전남대병원 의료진의 증언집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에 실려있다.
당시 전남대병원 의료진은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이 병원을 향해 사격했고 이후 총을 들고 병원에 들어와 위협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계엄군이 당시 광주 재진입 작전 수행 전 이미 전남대병원을 진압 목표로 정했다는 정황을 보여준다고 의료진은 증언하고 있다.
적의 의료시설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국제관례마저 무시한 비인도주의적 진압사례였음을 입증한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또 5·18 당시 전남대병원에 대한 집중 사격은 계엄군이 광주에서 퇴각한 21일 단 한 차례였다고 알려졌으나 27일 한 차례 더 발생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당시 마취과 레지던트였던 유경연 전남대의대 명예교수는 증언집에서 "계엄군은 병원 담 쪽을 에워싸더니 일제히 총격을 가했으며, 이후 안으로 들어와 일일이 병실을 검문했다. 날이 밝아 확인한 결과 당시 임시숙소로 사용한 11층 병실의 유리창 대부분은 총격에 깨졌다"고 밝혔다.
유 명예교수는 "당시 병원 옥상에는 시민군이 설치한 기관총이 있었으며 계엄군이 그곳을 향해 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11층을 향한 것으로 느꼈다"고 덧붙였다.
당시 임상병리과 레지던트였던 서순팔 현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군인들이 복도를 거닐면서 확성기를 통해 '너희들은 포위됐다. 투항하라'고 소리쳤다"며 "당시 검사실에 있었던 우리는 손을 들고 나갔고, 군인들은 검사실 안을 샅샅이 수색했다"고 설명했다.
또 외과 레지던트였던 김현종 전남대병원 명예교수는 "자고 있던 새벽 4시경 병원쪽으로 수 십발의 총격이 있었고, 숙소로도 총알이 들어와 모두 겁에 질린 초긴장 상태였다"고 회고했다.
당시 흉부외과 레지던트였던 오봉석 흉부외과 교수도 "숙소에 함께 있던 동료 의사가 밖을 보려다 총에 맞을 뻔한 위험한 상황도 있었으며, 무서워 화장실로 들어가 숨은 직원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당시 외과 조교수였던 김신곤 명예교수는 "계엄군이 진압을 위해 새벽에 들이닥칠 때 11층 병실에서 자고 있던 우리에게도 총구를 들이댄 기억이 희미하다"고 회고했다.
증언집에는 계엄군이 광주를 퇴각하면서 전남대병원에 첫 번째 집중사격을 가한 21일 상황도 비교적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당시 응급실 인턴이었던 유재광 목포한국병원장은 21일 저녁 총성을 듣고 응급실 당직실에서 밖으로 나와 목격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유 원장은 "M60 군용 트럭의 선탑자는 권총을 들고 있었는데, 2층 이상의 건물이 나타나면 무조건 총을 쏘았다. 선탑자가 총을 쏘면 뒤쪽 화물칸의 양옆에 군장을 세우고 엎드려 있던 계엄군이 60도 각도로 M-16을 연속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병원장이었던 고 조영국 전남대병원 명예교수는 "그날 오후 6시경 군인들이 학동 쪽으로 퇴각하면서 병원에 총을 쏘고 갔다. 그 때 직원 네 명과 함께 있었던 내방에도 한발이 날아와 박혔다"고 밝혔다.
당시 정형외과 교수였던 노성만 전남대의대 명예교수는 "계엄군은 당시 정형외과가 있는 건물을 향해 총을 수평으로 들고 쐈다. 불이 켜져 있는 2층을 보고 사격했으며, 총소리에 누구나 할 것 없이 바닥에 엎드렸다"고 기억했다.
이후 당시의 총탄 흔적이 남아있는 노성만 교수의 캐비닛과 가운은 현재 전남대 5·18연구소와 전남대 의학박물관에 각각 전시돼 있다.
전남대병원은 2일 5·18 당시 전남대병원 의료진의 증언을 모은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을 발행한다.
이 책에는 당시 전남대병원 의사, 간호사 등 28명의 증언이 약 220페이지에 걸쳐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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