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선이 임박해지면서 후보들과 대선 캠프의 입도 거칠어지고 있다. 유세 막판 상대 진영을 향한 험구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극적인 언사가 득표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욕심이 깔려 있는 것 같다.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양강 체제에서 `1강(强)·2중(中)·2약(弱)' 구도로 재편되면서 선거전략이 바뀌어 가는 것도 적잖이 작용하는 듯하다.
최근 대선 흐름은 안 후보가 양강에서 떨어져 나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경합하고, 정의당 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그 뒤를 추격하는 양상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후보 지지율은 문 후보 42.6%, 안 후보 20.9%, 홍 후보 16.7%, 심 후보 7.6%, 유 후보 5.2%로, 안 후보의 추락과 홍 후보의 상승이 두드러진다. 두 후보 간 격차는 4.2%포인트로 오차범위 내에 있다. 문 후보는 안정적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안 후보의 경우 진보층은 문, 심 후보에게, 보수층은 홍 후보에게 표가 이탈하는 추세다. 특히 홍 후보는 그동안 내세운 보수 결집론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대구·경북(TK)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36.3%의 지지율로, 문 후보(23.0%)와 안 후보(20.7%)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보수층 결집에 따라 보·혁 간 대립이 거세지자 유세장에선 노골적인 막말이 등장하고 있다. 홍 후보는 "제가 고향에 와서 좌파들한테 참 많이 당했다. 퇴임하는 날 앞에서 소금을 뿌리지 않나"라며 "에라이 이 도둑놈의 XX들이 말야"라고 퍼부었다. 그는 "(나를) 어떻게 해서라도 대통령 안 시키려고 온갖 XX들을 많이 한다"고도 했다. 친노 좌장격인 민주당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박근혜·전두환·노태우 3명의 전 대통령이 구속됐는데 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람들"이라며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 다시는 이 나라를 농단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궤멸시켜야 한다"고 보수 궤멸론을 내놨다. 문 후보도 "선거철이 되니 또 색깔론, 종북몰이지만 이제 국민도 속지 않는다. 이×들아"라고 했다
대선이 불과 1주일여 남았다. 2일 선관위 주최 마지막 대선후보 합동 TV토론에 이어 3일부터는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결과를 공개할 수 없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이 시작되고, 4~5일에는 사전 투표가 실시된다. 치열했던 대선 유세도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때가 되고 있다. 한 표에 목말라 하는 후보들의 절절한 심정은 십분 이해되나, 도를 넘어서는 언행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더군다나 이번 대선은 정상궤도를 이탈한 국정 운영의 결과로 치러지는 급조 대선 아닌가. 대선후보들은 이런 점을 명심해 더 이상의 선동적인 편 가르기나 패권적 이념 몰이, 네거티브 유세를 중단하고 남은 기간 차분히 대선에 임하겠다는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