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마크롱 '과거사' 행보…르펜의 극우·인종주의 이력 정조준

입력 2017-05-01 18:09  

佛 마크롱 '과거사' 행보…르펜의 극우·인종주의 이력 정조준

파리 유대인박물관 방문해 나치에 희생된 프랑스 유대인 추모

르펜 측근 '나치 가스실 학살' 부인해 사퇴…잇따른 과거사 '추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중도신당 대선후보 에마뉘엘 마크롱(39·앙마르슈)이 2차대전 당시 나치에 희생된 프랑스인들을 추모하는 '과거사 행보'로 극단주의 세력의 집권을 저지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결선 라이벌인 마린 르펜의 소속당 국민전선(FN)의 임시 당대표가 과거 나치의 가스실 학살을 부정한 것이 알려져 최근 사퇴한 것과 르펜의 이른바 '벨디브 발언'을 겨냥한 행보다.

마크롱은 결선투표 일주일 전인 지난 30일(현지시간) 파리의 유대인박물관인 쇼아기념관(Memorial de la Shoah)을 찾아 애도했다. '쇼아'는 '학살'이나 '절멸'을 뜻하는 히브리어로, 이곳에는 2차대전 당시 나치에게 끌려간 프랑스 거주 유대인 7만6천명의 이름이 새겨진 벽과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관한 사진과 문서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마크롱은 "야만과 극단주의 세력에 희생된 모든 분에게 조의를 표한다"면서 "우리에게는 기억의 의무와 더불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일을 절대로 잊어서도 용서해서도 안 된다. 많은 이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윤리의 쇠퇴, 도덕적 상대주의, 유대인 학살 부인을 배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크롱은 기념관의 문서보관소에서 벨디브(Vel d'Hiv) 사건 당시 프랑스 경찰의 일제 단속 관련 서류들을 살펴본 뒤, 유대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등 목숨을 걸고 도움을 준 프랑스 시민들에게도 경의를 표했다.

벨디브 사건이란 1942년 나치에 협력한 프랑스 괴뢰정권인 비시정부에 끌려간 유대인들이 '벨로드롬 디베르', 일명 '벨디브'라는 파리의 겨울 사이클 경기장에 수용됐다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감돼 집단학살을 당한 일을 이른다. 프랑스 경찰은 일제단속을 벌여 당시 1만3천여명의 유대인을 붙잡아 나치 수용소에 넘겼다.

2차대전 시기에 프랑스를 점령했던 나치에 끌려간 프랑스 내 유대인은 7만6천명에 달하며 이 중 단 2천500여 명만이 목숨을 부지했다. 벨디브 사건은 프랑스인들이 가장 치욕스럽게 여기는 역사 중 하나다.

앞서 마크롱은 지난 28일에도 노르망디 전선의 나치 무장친위대(Waffen SS)가 1944년 6월 10일 642명의 프랑스 주민을 학살한 리무쟁을 방문해 희생자들에게 헌화했다.

이런 행보는 오랜 반(反)유대주의와 인종주의 전통이 흐르는 극우정당 국민전선과 그 대선후보 르펜을 직접 겨냥해 프랑스 특유의 극우 견제심리에 호소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최근 르펜과 국민전선은 2차대전 시기 나치와 프랑스에 얽힌 치욕의 과거사와 관련해 프랑스의 책임을 부인하는 등 잇따라 논란에 휩싸였다.


르펜은 지난 9일 언론 인터뷰에서 벨디브 사건을 부인해 비판에 직면했다. 그는 "프랑스가 벨디브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약 책임이 있다면 당시 권력을 쥔 사람들이며, 그게 프랑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나치에 협력했던 프랑스의 비시정권은 나치의 괴뢰정부이므로, 프랑스에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 르펜의 주장이다.

그러나 벨디브 사건과 관련해 프랑스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 프랑스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199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전후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2차 대전 시기 프랑스의 유대인들이 나치 수용소로 끌려가 학살된 일과 관련해 프랑스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한 바 있다.

최근에는 대선에 전념하겠다며 당대표직을 사임한 르펜에 이어 FN의 임시 당대표를 맡은 장프랑수아 잘크가 나치의 가스실 학살을 부인한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사퇴했다.

그는 2000년 한 대학교수와 인터뷰에서 유대인 학살을 부정한 학자들은 제정신이 아니라면서도 "화학물질 전문가에게도 물어봤는데 어려운 방제작업이 뒤따르는 독성가스로 집단학살을 했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르펜의 아버지로 2002년 대선 결선에 오르는 '파란'을 연출했던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 명예총재도 여러 차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고 인종주의적인 발언을 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나치가 유대인을 독가스로 학살한 일을 "2차대전 와중에 일어난 사소한 일"이라고 발언해 또다시 기소돼 1심에 이어 지난 3월 1일 파리 항소법원에서 3만유로(3천6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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