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국경 따라 팔레스타인 잠정국가 인정
이스라엘 "사탕발림, 세상을 속이려는 시도" 일축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과격 이미지를 벗고 이스라엘에 대한 유화적 입장과 시대 변화에 맞는 온건 실용적 정치 프로그램을 담은 선언문을 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하마스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이스라엘 등에 의해 테러단체로 규정됐지만, 이스라엘 점령에 맞서는 저항운동 단체로 팔레스타인인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마스 최고 지도자 칼리드 마슈알이 카타르 도하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정책선언문은 1988년 제정한 하마스 헌장에서 이스라엘 파괴를 촉구하는 내용을 빼고,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에 팔레스타인 잠정국가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하마스 헌장은 이스라엘을 포함하는 요르단 강에서 지중해안 사이 팔레스타인 고토(故土)에 이슬람 국가를 건설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마슈알은 "하마스는 모든 팔레스타인인의 해방을 지지하지만, 이스라엘을 인정하거나 어떠한 권리도 양도하지 않고 1967년 국경 위에 국가를 세우는 것을 지지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또 자신들의 투쟁은 유대인을 상대로 하지 않고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한 시온주의 침략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혀, 반유대주의 내용을 담은 하마스 헌장과 차별화 입장을 밝혔다.
하마스 정책선언문은 또 하마스의 사상적 모태인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언급 없이 자신들을 이슬람 민족 운동이라고 표현해 무슬림형제단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를 보였다.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규정해 탄압하고 있는 이집트 등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하마스의 정책 전환이 이집트나 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시킬 만큼 충분한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AP 통신은 지적했다.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간주하는 서방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폭력을 완전히 포기해야 관계 개선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마스의 정책선언문은 요르단 강 서안 지역을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을 이틀 앞두고 발표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하마스가 4년간 정책선언문을 준비해왔으며 가자지구 내 하마스 정파 간 격론을 거쳐 발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아바스 수반의 자치정부가 최근 가자지구 공무원 임금 삭감과 전력 공급 차단 등으로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시점에 선언문이 공개됐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아바스 수반의 주류 정파 파타에 승리한 뒤 파타와 결별, 가자지구를 분리 통치해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의 유화적 입장 변화에 대해 하마스가 '사탕발림'으로 세상을 속이려 한다고 일축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하마스 지도부는 매일 모든 유대인을 학살하고 이스라엘을 파괴하라고 촉구하고 있다"며 "그들은 테러 땅굴을 파고 이스라엘 민간인을 향해 수많은 미사일을 퍼붓고 있다"고 비난했다.
분석가들은 하마스의 정책 변화가 하마스를 지지했던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축출되면서 받아온 정치적·재정적 압박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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