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뒷맛 씁쓰레한 바른정당 '엑소더스'

입력 2017-05-02 17:32  

[연합시론] 뒷맛 씁쓰레한 바른정당 '엑소더스'

(서울=연합뉴스)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2일 전격 탈당했다. 지난달 28일 이은재 의원이 탈당한 뒤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한 데 이은 탈당 행렬이다. 이로써 바른정당은 지난 1월 24일 창당한 지 98일 만에 사실상 와해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당 소속의원 3~4명이 추가 탈당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하니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함은 물론이고 15석 안팎의 군소정당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탈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정치·경제·안보 위기가 위급하고 중차대한 상황에서 보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보수 단일화를 통한 정권창출을 위해 바른정당을 떠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유승민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하는 많은 노력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보수 대통합을 통해 친북좌파·패권 세력의 집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보수 정치가 위기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듯 대선 판세는 이미 상당히 기울어져 있다. 최근의 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1.8%로, 홍 후보(21.2%),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19.4%), 정의당 심상정 후보(8.7%),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3.9%)와 큰 격차를 보인다. 그나마 보수 결집론을 내건 홍 후보가 약진하면서 중도 진영의 안 후보와 사이에 '실버 크로스'(2, 3위 간 지지율 역전)가 발생한 게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번 탈당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유 후보 지지율이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됐을 것이다. 그나마 보수 정당들끼리 세 결집이라도 해야 굳어져 가는 대선 판세를 흔들 수 있다는 인식도 한몫했음 직하다. 승패를 떠나 대선 이후의 정치 지형도 고려했을 법하다. 홍 후보는 "이미 국민 의사로 단일화가 됐다. 이제 승세로 돌아섰다"면서 "오늘부터 가속페달을 밟겠다"고 장담했다. 실제로 바른정당의 일부 시·도당에는 유 후보와 관련된 2차 현수막 제작을 중단하라는 공지가 내려갔다고 한다. 아직 공식화된 건 아니지만 당 차원의 대선 철수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그러나 바른정당의 절박한 사정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을 뛰쳐나올 때 보수 혁신과 친박(친박근혜) 청산을 내걸었는데,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 '묻지 마 복당'을 하는 게 얼마나 명분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동안 바른정당이 보여준 갈지자 행보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영입에 실패한 뒤 홍, 안 후보와 끊임없이 후보 단일화를 모색한 것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당내 경선을 거쳐 공식 선출한 유 후보를 이렇게 왕따 시키는 것이 정치 도의상 옳은지 의구심이 든다. 더군다나 탈당 의원들에게 당협위원장을 약속했다는 이면 합의설에다 내년 지방선거, 나아가 다음 총선을 겨냥한 이합집산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고 하니 더욱 씁쓰레할 따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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