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전국 미세먼지 '나쁨' 61차례…경기도 가장 심각
호흡기·안구 질환 호소…공기청정기·마스크 '불티'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최종호 류수현 기자 = '계절의 여왕' 5월이 왔건만 우리나라 대기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겨울부터 계속된 미세먼지의 공습에 봄의 불청객인 황사,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에 더해 오존 농도까지 예년보다 일찍 짙어지면서 숨쉬기 힘든 봄날이 이어지고 있다.
3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전국의 올해 1∼3월 미세먼지(PM10) 농도는 32㎍/㎥로 2015∼2016년 같은 기간(30㎍/㎥)에 비해 2㎍/㎥ 높아졌다.
완연한 봄에 접어든 4월에는 57.1㎍/㎥로 급등, 청명한 하늘 보기가 더욱 어려웠다.
전국 17개 시·도 별로는 경기가 68.6㎍/㎥으로 가장 높았고 전남이 46.1㎍/㎥로 가장 낮았다.
이 기간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예보 등급상 '나쁨'(81∼150㎍/㎥)을 기록한 날은 전국에서 61차례나 됐다.
역시 경기가 8차례로 가장 많았고 대구, 강원, 전남, 경북, 경남이 1차례로 가장 적었다. 단 한 차례도 '나쁨'이 기록되지 않은 지역은 없었다.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중국발 황사의 습격은 상황을 악화하고 있다.
올해 봄 황사는 작년보다 1달 이상 늦은 지난달 18일 백령도와 흑산도에서 처음 관측됐다.
다음 날에는 서풍을 타고 서울·인천·수원·청주·대전·서산·전주·광주·목포·대구·제주 등 한반도 전역에서 퍼졌다.
연평균 봄 황사 발생 일수는 5.4일인데 올해는 황사가 늦게 시작됐기 때문에 이달 초까지 집중될 수 있다.
황사는 중국 북동지방에서 발원한 흙먼지로 미세먼지와는 다르지만, 미세먼지의 대기 확산을 막아 농도가 짙어지는 원인이 된다.
오존은 지난달부터 울산 등을 시작으로 농도가 짙어져 경기도에서는 지난해보다 16일이나 빠른 지난 1일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올 봄과 여름 기온이 지난해보다 높을 것으로 예보해 올해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 또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오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가슴 통증, 기침, 메스꺼움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 오존주의보가 내려지면 미세먼지나 황사의 경우처럼 노약자나 어린이, 호흡기 질환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여기에 봄철 사방으로 날리는 꽃가루는 공기 중에 떠다니며 대기 질을 더욱 떨어뜨린다.
미루나무류인 양버즘나무의 종자 솜털과 소나무의 송홧가루 등이 봄에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꽃가루로 4∼5월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대기 상황이 이렇자 각종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한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요즘에는 기존 비염 환자들은 물론 건강한 분들도 병원을 찾아와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며 "특히 어린이나 어르신들이 불편함을 많이 느낀다"고 전했다.
이주현 수원이안과 원장은 "봄에는 평소보다 환자들이 30% 가까이 늘어난다"며 "공기 중에 각종 이물질이 떠다니며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안구건조증 등을 유발하고 콘택트렌즈의 산소투과율도 떨어뜨려 각막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기와 관련한 건강·생활용품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의 지난달 KF80 등 인증마스크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2% 늘었다. 공기정화 식물도 매출이 13% 올랐다.
이마트는 올해 4월까지 공기청정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8%가량 늘었다. 실내에서 빨래를 말릴 수 있는 실내의류건조기 매출은 1천684% 뛰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임모(29·여)씨는 "아무리 햇볕이 좋아도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에서 빨래를 말리기 꺼려진다"며 "공기 질이 앞으로도 좋아지지 않을 거란 생각에 실내의류건조기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임석훈 티몬 생활팀장은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며 육아와 건강에 관심이 많은 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마스크를 비롯한 관련용품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며 "최근에는 미세먼지 측정기와 창문 필터 등을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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