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 CEO, 베트남계 미국인의사 강제퇴거 다시사과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승객 강제 퇴거 사태로 불거진 항공사 '갑질' 논란이 의회 청문회로 이어졌다.
미국 하원 교통·인프라 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주요 항공사 최고경영진을 불러 각 항공사 약관 및 고객 서비스 정책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 오스카 무노즈와 스콧 커비 사장, 켈리 필리포비치 아메리칸항공 수석 부사장, 밥 조든 사우스웨스트항공 부사장, 조지프 스프라그 알래스카항공 수석 부사장 등이 출석했다.
이들은 오버부킹(정원 초과 예약), 수하물 운송료, 예약 변경·취소시 수수료 청구 등 항공사 수익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약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해야 했으며, 특히 무노즈 CEO를 겨냥한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고 시카고 트리뷴은 전했다.
이 자리에서 무노즈 CEO는 지난달 9일 시카고발 루이빌행 항공편에서 발생한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69) 강제 퇴거 사태에 대해 재삼 사과했다. 그러면서 유사 사건 방지를 목표로 변경한 약관 내용을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필리포비치 아메리칸항공 고객 담당 부사장도 지난달 21일 샌프란시스코발 댈러스행 항공편에서 승무원이 아기 안은 여성 탑승객으로부터 유모차를 거칠게 빼앗고 다른 승객과 감정적으로 대치한 상황에 대해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시인했다.
그는 그런 문제를 시정하고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약관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항공업계의 부당한 관행들을 확인하게 됐다"며 "각 항공사들이 고객 서비스에 관심을 쏟도록 하기 위해 추가 규제와 경쟁 체제 도입이 필요한 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버부킹과 각종 수수료 부과가 불가피한 것인지 이윤을 노린 것인지를 따져 물었다.
시민단체 '소비자 연합'의 자문위원 윌리엄 맥기는 "항공사간 합병으로 시장 경쟁이 약화되면서 기업이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보다 이윤 추구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항공사 약관은 탑승객이 아닌 항공사 보호를 우선시하고 있다"며 항공요금 투명성 확대 등을 요구했다.
빌 슈스터 위원장(공화·펜실베이니아)은 "소비자와 항공업계 간의 괴리감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면서 고객 처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강력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항공사 측은 오버부킹 등 여러 관행이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탑승객을 수송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항변하면서 "약관 변경을 통해 고객이 '최악의 경험'을 겪을 가능성을 줄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항공사 약관을 고객이 찾아보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오버부킹 상황에서 유나이티드항공은 최저가에 항공권을 구매하고 상용고객 프로그램에 속하지 않은 고객에게,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알래스카항공은 탑승 수속을 마지막에 한 고객에게 각각 좌석 양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달 사태 발생 후 오버부킹 피해 승객에 대한 보상금을 최대 1만 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며,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오버부킹을 폐지하기로 했다.
한편, 델타항공은 고객 서비스 문제와 관련 일부 의회 인사들과 별도 접촉하고 있다면서 이날 청문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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