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시행 70주년에 거세지는 日아베 '전쟁가능국' 개헌 야욕

입력 2017-05-03 12:01   수정 2017-05-03 13:43

헌법시행 70주년에 거세지는 日아베 '전쟁가능국' 개헌 야욕

아베, 교육무상화로 개헌 후 평화헌법 9조 개정 2단계 전략

아키에 스캔들·각료 망언·7월 도쿄도의회 선거 등 변수 남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헌법 시행 70주년을 맞아 일본정부가 전쟁가능한 국가로의 변신을 꿈꾸며, 헌법개정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헌법기념일인 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개헌에 대한 야권과 시민단체들의 우려에도 2020년 개정 헌법을 시행하겠다며 조기개헌 추진 의욕을 드러냈다.

아베 내각은 논란이 덜한 부분부터 개헌 논의를 시작하고, 추후 핵심인 평화헌법 조항(9조)를 바꾸려는 '2단계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다만 아키에(昭惠)스캔들이나 정부 각료 망언 등으로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고, 7월 도쿄(東京) 도의회 선거 상황도 녹록지 않은 등 개헌 추진에 부정적인 상황이 적지 않다.






◇ 계속되는 개헌 드라이브…논란 작은 것부터 '2단계 전략'

한동안 일본 내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우려해 적극적인 개헌 발언을 피해온 아베 총리는 헌법 시행 70주년인 올해 틈만 나면 개헌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연초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국회에 개헌 논의를 해달라고 요구했고, 지난 1일 개헌을 추진하는 초당파 의원들의 단체인 '신헌법제정의원동맹' 모임 행사에 참석해 "올해 반드시 (개헌에 대한) 역사적 한 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3일에는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자위대 합법화가 사명"이라며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개헌 헌법을 시행하겠다고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저항이 적은 내용으로 개헌의 문을 열고 나서 논의 과정에서 이를 뜯어고치려는 '2단계 개헌'을 하겠다는 것이다.






대학까지 '교육 무상화' 이슈로 야권을 논의에 끌어들인 뒤 차후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를 뜯어고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어 보인다.

아베 총리가 요미우리와 인터뷰에서 헌법 9조의 1항과 2항은 놔두고 자위대 관련 기술을 넣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헌법 9조는 일본이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교전권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고쳐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바꾸는 것이 아베 총리와 일본 우익의 숙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개헌에 대해 자민당과 소수정당인 '일본 유신회'를 빼면 정당 대부분이 반대하거나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1야당인 민진당은 이날 "헌법이 큰 위기에 처해있다"는 내용의 입장을 내며 강력 반대했고 자민당과 연립 여당을 꾸린 공명당도 필요 조항만 추가하자는 '가헌(加憲)'을 주장한다.

그럼에도 북한 핵실험·미사일 도발로 초래된 한반도 주변 위기를 이용한 아베 정권의 이른바 '북풍(北風)' 몰이로 개헌론이 점점 세를 불리고 있다.조사 주체인 언론사에 따라 개헌론과 호헌론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이전 조사들과 비교하면 개헌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4월 22~23일) 전화여론 조사에서는 개헌 찬성론이 48%으로 반대론(33%)보다 높았지만, 반대로 아사히신문(3월 중순~4월 말)의 우편여론조사에선 개정 반대론이 50%로 찬성론(41%)보다 높았다.





◇ '전쟁포기' 9조가 핵심…도쿄도의회 선거 최고 변수

아베 내각의 개헌 드라이브에도 일본 국회에서 개헌 논의는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중의원과 참의원의 헌법심사회가 올해 들어 재차 가동됐지만 흐지부지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개헌을 위해 아베 총리가 가진 가장 큰 카드는 국회 해산과 총선거 실시다.

국회를 해산시켜 개헌 논의를 정치·사회적인 이슈로 끌어올려 총선거에서 개헌 세력이 개헌안 발의 요건인 전체 의석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한 뒤 안정적으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아베 총리는 당초 작년 혹은 올해 초 국회 해산 방안을 고려했지만 총선거 압승을 담보할 만큼 지지율이 높지 않다고 보고 계획을 미뤘다.

여기에는 사학법인의 국유지 헐값 매각에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인 '아키에 스캔들'과 내각 고위 관료들의 설화(舌禍) 및 비위 등으로 지지율이 등락을 거듭한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다소 잠잠해졌지만 아키에 스캔들 불씨가 아직 남아 있고, 언제 다시 고위 관료 망언도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치 일정 중에서는 오는 7월 2일 열리는 도쿄도의회 선거가 개현 추진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쿄도의회 선거는 지방 의회 선거이긴 하지만 도쿄라는 상징성 때문에 전국의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의 파급력이 있다.

지난 2009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대패했던 자민당은 이후 중의원 선거에서도 패배하며 정권을 민주당(현 민진당)에 넘겨주기도 했었다.

아직 2개월 가량 남긴 했지만 올해 도쿄도의회 선거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의 돌풍이 거세다.

개혁 정책으로 인기가 높은 고이케 지사는 당적이 아직도 남아있는 자민당에서 등을 돌리고 독자세력인 '도민 퍼스트(우선)회'를 만들어 선거에 임할 계획이다.

고이케 지사가 76%(니혼게이자이신문)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고 여야 인사들의 도민 퍼스트회 합류가 잇따르고 있어서 고이케 돌풍이 이번 도의회 선거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일본 정계에 지각변동이 생길 수 있고 이에 따라 아베 내각의 개헌 추진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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