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사랑방' 소속 목사 3명 청주 석문사서 하모니카 불고 부처 탄신 축하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부처님 오신 날인 3일 청주의 한 사찰에 구성진 하모니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붉은색 모자를 눌러쓰고 하모니카 연주로 부처님 오신날을 축하한 주인공은 목사였다.
이날 오전 충북지역 성직자 모임인 '종교인 사랑방' 소속 목사 3명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서원구 남이면 석문사를 찾았다.
서로 다른 종교적 신념을 지녔지만 종교 간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이근태 보은 학림교회 목사는 '타향살이' 등 2곡을 하모니카로 연주했다.
이 목사는 "기독교와 불교는 다른 종교이지만, 오늘 우리는 화합을 위해 사찰을 찾았다"면서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자리에 지역 주민과 함께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불경인 미륵경(彌勒經)을 직접 사경(寫經ㆍ경전을 필사하는 것)해 제작한 병풍도 석문사에 선물했다.
하모니카 연주가 끝난 다음에는 지역 댄스학원 수강생들의 벨리댄스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석문사 신도와 남이면 주민 100여명은 박수를 치며 공연을 관람했다.
고갑순 청주 시온성교회 목사는 "성직자의 길은 누가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길"이라면서 "서로 종교가 다르더라도 서로 위로하고 특별한 날 축하해 줘야 한다"면서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
'종교인 사랑방' 소속 성직자들은 종교와 종파의 벽을 허물자는 취지로 성탄절과 부처님 오신날 서로의 종교시설을 축하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에는 석문사 주지 혜전 스님이 교회와 성당을 찾아 예수 탄생을 축하했다.
충북 종교인 사랑방은 2009년 개신교, 불교, 유교, 천주교 성직자 10여명이 결성, 두 달에 한번 모여 친목을 다지고 있다.
혜전 스님은 "이렇게 좋은 자리에 종교를 초월해 함께 어우러지니 정말 좋다"면서 "종교 간 분열이 많은데 부처님 오신날을 진심으로 진심으로 축하해 주니 고맙고, 화합할 수 있는 자리가 돼 기분이 좋고 즐겁다"고 전했다.
이어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적대시 하지 않고 화합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logo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