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매체 협객도 "대북압박 노린 미중정상의 아세안 협조 요청"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 관영 매체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연달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북한의 외교 공간에 대한 포위를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도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불러 외교적 입지를 좁힌 가운데 미중 양국이 여전히 친북 성향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일부 회원국들에 협조를 요청해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올해 필리핀은 아세안의 순회의장국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다.
북한 평양에 대사관이나 대표부를 둔 동남아 국가는 인도네시아·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말레이시아 등 5개국으로, 아세안 10개 회원국 절반이 북한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북한 역시 이들 동남아 국가에 북한 식당 개설 또는 인력 파견 등으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해외판 소셜미디어 매체인 협객도(俠客島)는 4일 '미·중 정상이 왜 필리핀 대통령과 북한 문제를 논의했는가'라는 제하의 평론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협객도는 우선 "미중 정상이 각각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다른 국가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이를 보면 서로 마음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 위협을 언급한 데 이어 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북한 미사일 도발 상황을 논의했고 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로 북한 문제를 논의한 데 주목했다.
아울러 시 주석이 3일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한 점도 주시했다.
협객도는 "최고지도자가 서로 긴밀하게 통화하는 목적은 제때 의사소통을 하고 차이점을 좁히는 데 있다"면서 "1주일 내 미국·중국·러시아·일본·필리핀 정상이 모두 북한 문제를 언급한 것은 북한 문제가 얼마나 시급한지 짐작할 수 있다"고 봤다.
협객도는 "시 주석은 두테르테 대통령과 통화에서 아세안이 지역 평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필리핀은 아세안 정상회담 때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며 북한에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라는 성명을 통해 아세안의 북한에 대한 입장을 잘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아세안 포럼의 주요 의제 중에 하나가 북핵문제일 것으로 보이며 동아시아 외교에서 아세안의 지위는 중요하다"면서 "아세안 포럼은 동아시아의 중요한 다자적 외교 공간이고 유엔과 비동맹 회의를 빼면 북한이 이용할 수 있는 많지 않은 외교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남 피살 전에는 북한의 중요한 금융·외환 시장으로서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더욱 밀접했다"며 "그러나 북핵 위기가 커지면서 북한과 아세안 국가의 관계도 점점 악화되고 있는데 이는 북한에 매우 큰 외교적 위기"라고 분석했다.
협객도는 "지난달 북한이 외교위원회를 다시 만든 것은 외교적으로 지금의 고립된 상태를 벗어나려는 의미가 크다"면서 "북한은 아세안 포럼 회원국이기 때문에 북한 외무성이 이런 공간을 통해 외교적 공세를 펼칠 수 있다"고 봤다.
이 매체는 "북한 외무상이 이번 아세안 포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면 주목을 받을 것이며 북한이 외교위원회를 만들었더라도 핵문제를 양보하지 않으면 북한이 목적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객도는 이런 가운데 "미·중 정상이 두테르테 대통령과 통화한 의미는 아마 북한에 아세안에 대한 외교적 공세를 단념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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