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유도 미사일 구축함 등으로 구성된 중국 해군 함대가 최근 전세계 20여 개국을 순회 방문하는 배경과 취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문 대상 국가들과의 우호협력 증진이라는 중국 해군의 공식 입장과는 별도로 중국의 야심적인 신경제구상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뒷받침할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4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사일 구축함 창춘(長春)과 프리깃함 징저우(荊州), 보급함 차오후(巢湖)호 등 3척으로 이뤄진 중국 해군 함대는 해군 창설 68주년 다음날인 지난달 24일부터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국가와 호주 등 20여 개국을 방문하는 원양항해에 나섰다.
중국 함대가 방문하는 국가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 일대일로에 관심을 보인 국가들이다.
먀오화(苗華) 중국 해군 제독이자 정치위원은 함대의 외국 순방과 관련해 우애를 전하고 군 소통과 협력을 증진할 것이라며 중국 해군의 좋은 이미지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함대의 순방은 초반부터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특히 지난 1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빚는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직접 찾아와 긴밀한 유대를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인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에 정박 중인 중국 함대를 찾아 양국간 합동 군사훈련 실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게 이번 원양 항해의 취지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해군 군사전문가 리제(李杰)는 "현재 진행 중인 해군의 우호 방문이 일대일로가 평화 캠페인일 뿐 아니라 강력한 해군력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방문국에 알리려는 것"이라며 "역사는 해외 경제 사업과 통상이 강력한 해군 함대의 지원을 받을 때만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해양 전문가 니러슝(倪樂雄)도 중국이 일대일로를 촉진하기 위해 경제력과 군사력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원한다며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줬다.
니는 이번 함대 파견과 관련해 중국이 강대국 지위에 걸맞는 군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다른 국가들에 인식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군소 국가들을 겁먹게 만들 정도로 과도한 전력을 과시하기보다는 소프트파워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즈위안(知遠)전략방무연구소의 저우천밍(周晨鳴) 연구원은 중국 해군이 함대 파견을 통해 중국의 해양 진출과 해군력 증강에 대한 외국의 반응을 떠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저우 연구원은 그러면서 아직 시작 단계이기는 하지만, 중국 해군이 '소프트 파워'를 통해 외국 해군과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방안을 배우고 있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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