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존스의 '흑인 비하 폭로' 후 MLB서 '동병상련' 분출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인종차별의 온상'이라는 비판에 휩싸인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를 홈으로 사용하는 미국프로야구(MLB)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이 차별 발언을 한 팬에게 극약 처방을 내렸다.
4일(한국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보스턴 구단은 이날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야간 경기가 끝난 뒤 다른 관중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내뱉은 한 남성팬을 관중석에서 끌어낸 뒤 곧바로 영구 출입 금지 조처했다고 발표했다.
볼티모어의 구심점인 흑인 외야수 애덤 존스가 펜웨이파크에서 이틀전 자신에게 땅콩을 던지고 흑인을 비하하는 관중 탓에 빅리거 생활 중 최악의 모욕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보스턴 구단이 유사 사례에 강경하게 대처한 것이다.
선수가 아닌 관중석의 다른 팬을 겨냥한 인종차별 발언이었음에도 보스턴 구단은 가차 없이 해당 발언자를 야구장에서 내쫓았다.
아들을 데리고 야구장을 찾은 캘빈 헤닉이라는 백인 보스턴 거주민이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소개한 내용을 보면, 헤닉 주변에 있던 한 남성은 이날 경기 전 미국 국가를 부르던 케냐 출신 가수를 향해 다양한 흑인 비하 욕을 했다고 한다.
깜짝 놀란 헤닉이 그에게 다시 반복해보라고 하자 해당 남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되풀이했다.
헤닉은 경기장 보안 요원을 불렀고, 보안 요원은 욕을 쏟아낸 남성을 자리에서 끌어냈다.
샘 케네디 보스턴 구단 사장은 헤닉의 용기 있는 행동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런 인종차별은 보스턴 시를 상징하지도 않을뿐더러 타인을 무시하는 편협한 행동"이라면서 "야구장에서 이런 행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알린다"고 강조했다.
존스의 발언 후 비판이 쇄도하자 케네디 보스턴 구단 사장은 물론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마티 월시 보스턴 시장도 존스와 볼티모어 구단에 거듭 사과하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보스턴 구단에서 인종차별 발언자를 넘겨받은 보스턴 경찰국은 현재 민권 담당 부서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존스의 인종차별 폭로는 메이저리그에서 큰 화제에 올랐다.
뉴욕 양키스 투수 C.C 사바시아는 트위터에서 펜웨이 파크를 제외한 다른 구장에서 그런 차별적인 단어를 들은 적이 없다며 유독 심한 펜웨이 파크의 차별 분위기에 일침을 놓았다.
더스티 베이커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과 함께 현재 빅리그에서 2명뿐인 흑인 감독 중 하나인 데이브 로버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감독은 "팬들의 인종차별을 공론화한 존스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박수를 보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흑인 외야수 맷 켐프와 베이커 감독은 펜웨이 파크를 비롯해 빅리그나 마이너리그나 특종 도시의 구장에선 인종차별이 공공연하게 벌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사회에서 공공장소에서의 인종차별은 금기인 만큼 관중이 이런 발언을 선수에게 못하도록 보안 요원을 구장 내 선수 곁에 붙이는 방법도 있으나 이런 방식을 채택하는 구단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구단도 있어 똑 부러진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존스 사건 직후 30개 구단과 접촉해 야구장에서 인종차별을 일삼는 팬들의 관리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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