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머리 좋기로 유명한 까마귀의 뛰어난 기억력과 시력을 인간생활에 활용할 수는 없을까. 공중에서 폭발물 등 의심스러운 물건을 수색하고 행방불명된 사람을 찾아내는 데 까마귀를 활용할 수 있으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일본 종합연구대학원대학 연구팀이 인공지능(AI)과 까마귀 간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 AI에게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학습시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하는 연구다.
이 대학 융합추진센터의 쓰카하라 나오키(37. 동물행동학) 조교와 싱가포르 국립대학 리서치 펠로우인 스에다 고(39. 컴퓨터과학)가 이 연구에 도전 중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쓰카하라가 까마귀 연구를 시작한 건 우쓰노미야(宇都宮)대학에 재학 중이던 2002년께다. 까마귀 연구의 권위자인 스기타 쇼에이 교수에게서 까마귀 울음소리 수집용 마이크와 해석장치를 건네받은 게 계기였다. 이후 "까마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기로 하고 까마귀가 대화할 때 내는 울음소리 수집을 계속해 왔다.
그동안 약 500종에 달하는 울음소리 샘플을 수집했다. 수집한 샘플은 위협하거나 경계할 때 내는 소리, 구애할 때 내는 소리 등으로 분류했다.
AI가 학습하는 데는 분야별로 1천 개의 샘플, 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1만 개의 샘플이 필요하다고 한다. 쓰카하라는 SNS를 통해서도 까마귀 울음소리를 널리 모집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선구적이고 독창적인 연구를 지원하는 카시오 과학진흥재단에서 100만 엔(약 1천만 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소형 무인기(드론)와 까마귀 박제형 로봇 시작품 제작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해 AI와 연결되는 장치를 드론과 로봇에 탑재, 울음소리의 의미를 즉시 판단하도록 한다. 상응하는 소리의 샘플을 스피커로 내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대화가 이뤄지도록 하는 구조다.
쓰카하라는 "까마귀는 지적활동을 하는 대뇌의 비중이 큰 현명한 동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쪽이 가짜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도록 현실감 있는 대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연구에 동조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일본항공 조종사 출신이 드론 조종 지도를 맡겠다고 나섰고 로봇 개발에는 지바(千葉)현 기사라즈(木更津) 고등전문학교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여름에는 현지 지역축제 행사장에서 경계의 울음소리를 내는 까마귀에게 위협하는 소리를 내는 방법으로 까마귀가 몰려들지 못하도록 하는 실험을 해볼 예정이다. 2020년까지는 시험 모델을 만들어 실증실험도 한다는 계획이다.
호기심이 왕성하고 사람의 개인별 차이를 식별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까마귀의 "협력"을 얻어 수상한 물건이나 행방불명자를 공중에서 찾아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쓰카하라 조교는 "정보기술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면 인간과 까마귀가 협력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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