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에 보복' 악순환…MLB 징계는 솜방망이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4일(이하 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선발 케빈 가우스먼이 2회말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두타자를 맞히자 주심은 퇴장을 지시했다.
124㎞ 커브였다. 가우스먼은 그립을 보여주며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월 첫째 주에 벌어진 보스턴과 볼티모어의 4연전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발단은 2주 전의 사건이었다.
두 팀의 시즌 첫 맞대결이었던 지난달 22일, 볼티모어의 간판타자 매니 마차도는 슬라이딩을 하다가 보스턴 2루수 더스틴 페드로이아를 다치게 했다.
경기 직후 마차도가 페드로이아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양 팀 사이에 빈볼이 오가기 시작했다.
이틀 뒤 보스턴의 투수 맷 반스는 마차도의 머리를 겨냥해 위험천만한 공을 던졌다.
공은 마차도의 헬맷을 스쳐 그가 들고 있던 방망이를 맞고 떨어졌다.
주심은 반스에게 퇴장을 명령했고, 보복 의도가 있다고 본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징계 수위는 4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이 고작이었다. 자칫 선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공이었는데도 말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엄중한 징계를 내렸다면 사태의 양상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솜방망이 징계 속에 볼티모어와 보스턴의 두 번째 시리즈는 전쟁 양상으로 치달았다.
지난 2일 볼티모어 선발 딜런 번디는 보스턴의 무키 베츠를 맞혔다.
이튿날에는 보스턴의 좌완 선발 크리스 세일이 마차도의 무릎을 향해 158㎞짜리 강속구를 던져 경고를 받았다.
두 차례나 수술을 받은 무릎을 향해 위협구가 날아오자 마차도가 분노한 것은 당연했다.
마차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거친 욕설과 함께 "상대 구단에 대한 존경심을 잃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그제야 중재에 나섰다.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화상 회의를 통해 양 팀 감독과 단장에게 위협구를 던지는 행위를 멈추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경고는 아니었다.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대신 주심에게 이날 경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가우스먼이 이날 커브로 상대 타자를 맞히고도 퇴장을 당한 것은 주심이 커미셔너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한 결과였다.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야만적인 응징 방식이 통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몇몇 선수는 영구적인 장애를 입거나 선수 생활을 그만둬야 하는 피해를 당하게 됐지만 '불문율'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고 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미키 코크런은 1937년 투구에 맞아 의식을 잃은 뒤 7일 동안이나 병원 신세를 졌다. 그는 다시는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1995년 미네소타 트윈스의 슈퍼스타인 커비 퍼켓은 직구에 뺨을 맞아 턱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의 선수 인생 마지막 경기였다.
2005년에는 시카고 컵스의 애덤 그린버그가 역시 머리에 공을 맞았다. 그것으로 그의 선수 인생은 끝이 났다.
메이저리그만의 독특한 문화일 수 있지만 '빈볼'은 상대방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고 보복을 부르는 소모적인 감정의 표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경기를 이기려는 근성과 감정적인 오기는 같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어정쩡한 징계로 두 팀의 갈등을 전혀 중재해내지 못했다.
5일 보스턴과 볼티모어는 이번 4연전의 마지막 대결을 치른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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