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이화여대 강사 '미술사 서적 대중화의 명과 암' 논문서 주장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일곱 살의 김홍도는 외가에서 머무르며 외숙부인 장옥산에게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한 출판사가 펴낸 김홍도에 관한 아동도서를 보면 단원(檀園) 김홍도(1745∼1806?)는 어린 시절 외가에서 미술 공부를 했다. 이 책에서 단원의 외숙부로 지목된 장옥산은 옥산(玉山) 장한종(1768∼1815)으로 추정되는데, 그는 김홍도보다 20여 년 늦게 출생했다.
이처럼 어린이를 대상으로 발간된 미술사책에 많은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소연 이화여대 강사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술사학계에서는 수십 년 전에 폐기된 이론이나 주장이 어린이책에는 버젓이 사실로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사학연구회가 펴낸 학술지 '미술사학보' 제47호에 게재된 논문 '미술사 서적 대중화의 명(明)과 암(暗): 어린이를 위한 한국미술사 서술을 중심으로'에서 김홍도 관련 아동도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학계에 따르면 김홍도의 외가는 남평 문씨로, 중인 출신의 한미한 집안이다. 지금까지 단원의 외가 어른 중에 화원으로 밝혀진 인물은 없다. 하지만 김홍도를 다룬 많은 책은 단원이 외삼촌이나 외조부에게 그림을 배웠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강사는 "1975년에 나온 책인 '우리나라의 옛 그림'이 오세창의 '화사양가보록'(畵寫兩家譜錄)에 기초해 단원의 외조부인 문필주를 장필주로 오기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이책은 독자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예술가의 어린 시절에 많은 비중을 둔다"며 "초년 시절의 행적이 불분명한 작가의 서술에 오류와 허구가 더해져 또 하나의 창작적 전기(傳記)가 됐다"고 꼬집었다.
김 강사는 소나무 아래에 호랑이를 묘사한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와 관련해서도 잘못된 내용을 기술한 어린이책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에는 김홍도가 소나무와 호랑이를 모두 그렸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김홍도가 호랑이 부분만 맡고 소나무는 강세황 혹은 이인문이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조 5년(1781)에 단원이 정조의 어진(御眞, 임금이 초상화)을 그렸을 때는 한종유가 주관화사이고 김홍도는 동참화사였으나, 단원의 그림에 감동한 정조가 김홍도에게 어진 제작 전체를 맡긴 것처럼 표현한 책도 많았다.
이와 함께 김 강사는 어린이 미술사책에 실린 도판 중에도 오류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2015년에 출간된 한 책은 다보탑을 소개하면서 실물이 아닌 재현품 사진을 싣고, 밀양에서 출토된 분청사기를 이야기하면서 진해에서 나온 유물 사진을 게재했다.
김 강사는 "어린이책 작가들은 1차 사료를 참고하지 않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많이 활용하는 것 같다"며 "미술사를 학문적으로 연구하지 않은 저자의 저술은 독자의 연령이 낮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 미술사책을 쓸 때 인터넷 자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술사학계의 연구 성과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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