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조계종학인 설법대회 실무 총괄 진광 스님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2014년 7월 17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는 경건한 목탁 소리와 나지막한 염불 대신 강렬한 비트가 어우러진 랩이 울려 퍼졌다.
이날 조계사에서는 '제1회 조계종 학인 염불 시연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염불 랩'을 비롯해 '뮤지컬 염불' 등 실험성 짙은 다양한 염불을 선보였다. 특히 이 대회에 참가한 학인 스님이 반야심경을 랩으로 선보이는 모습은 2014년 AFP통신이 꼽은 이색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염불시연대회가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염불(念佛)은 불교 경전을 운율을 살려 염송(念誦)하는 것으로 참선과 더불어 주요한 수행방법의 하나로 꼽힌다.
이에 종단 안팎에서는 학인 스님들의 실험이 경망스럽다는 우려도 나왔다. 학인(學人)은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않은 사미·사미니로 승가대학에 재학 중인 예비 스님을 말한다.
하지만 염불 시연대회는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했다는 평을 들었고 조계종 교육원은 2015년 '제1회 조계종 학인 외국어스피치대회', 지난해 '제1회 조계종 학인 토론대회' 등 해마다 이색 경연대회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조계종 교육원은 올해는 설법(說法) 능력을 겨루는 대회를 준비했다. 다음 달 1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는 '제1회 조계종 학인 설법대회'가 열린다.
6일 조계종 교육원에서 만난 교육국장 진광(50) 스님은 "'무슨 염불 대회를 여느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고 '스님이 산중에서 외국어 공부를 할 수 있겠느냐'는 식의 자조적 시각도 있었다"며 "하지만 학인들이 이런 편견을 보기 좋게 깨줬다"며 웃었다. 스님은 2014년 12월부터 조계종 교육국장을 맡아 학인 경연대회 실무를 총괄해왔다.
이어 스님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처럼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매년 학인 경연대회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포도를 본 여우가 포도에 닿지 않자 '저 포도는 분명 신 포도일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님은 또 올해 설법을 대회 주제로 삼은 데 대해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하고 불자와 출가자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어서는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말하지 않는, 실천하지 않는 진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설법과 토론은 지금 이 시대의 불교 수행자들에게 필요한 능력이자 수행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생들의 교양이나 세계관, 가치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주입하려고 드는 설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질문과 토론이 있는 승가 교육을 하려고 한다. 윗사람의 가르침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현상 유지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님은 '크게 의심해야 크게 깨친다'는 뜻의 '대의지하 필유대오'(大疑之下 必有大悟)를 인용하며 "질문과 토론 교육을 통해 전법 포교 역량을 향상하는 것이 교육원의 목표"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지난 학인 경연대회의 성과를 자부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학인 경연대회에 참여했던 스님들이 자부심과 성취감을 얻은 것이죠. 4년간 학인 경연대회를 경험한 스님들이 한국불교를 탈바꿈시키는 중심 세력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교육원은 앞으로 염불 시연대회와 외국어 스피치대회, 토론대회, 설법대회를 4년에 한 번씩 해마다 번갈아가며 시행할 예정이다.
6월 1일 열리는 설법대회는 말 그대로 불법(佛法) 전달 능력을 겨루는 대회다. 주제에 제한은 없으며 참가자가 8분 이내로 준비해온 설법을 시연하고 심사위원단이 이를 평가한다.
설법대회는 예선과 본선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예선 참가자 가운데 심사 점수가 높은 12명이 본선에 진출한다. 본선에서는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스님과 재가자 80명으로 구성된 청중평가단을 구성해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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