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용 제한·부모에게 검색어 전달…"충분한 소통이 해답"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이동통신사들이 청소년 보호 명목으로 내놓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청소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앱을 설치하는 부모와 자녀가 늘면서 논란도 함께 확대되는 양상이다.
5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과 게임 중독 예방 등을 위한 부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의 'T청소년 안심팩', KT의 '올레 자녀폰안심',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 자녀폰 지킴이'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서비스 전용 앱들은 구글플레이에서만 각각 5만∼10만건 이상 다운로드됐다.
서비스 가입 대상은 만 19세 미만 청소년이다.
보호자가 서비스에 가입한 뒤 부모용과 청소년용 앱을 각각 스마트폰에 내려받으면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정보가 실시간으로 보호자에게 통보된다.
앱을 설치한 자녀가 스마트폰으로 유해 사이트나 앱에 접속할 경우 접속이 자동 차단되고, 전체 스마트폰 이용 시간도 제한된다. 보호자는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설정할 수 있고, 현재 위치 정보도 알 수 있다.
일부 앱은 자녀가 고민과 관련한 키워드를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문자와 카카오톡에서 학교 폭력을 의심할만한 대화 내용이 오가면 부모의 휴대전화로 자동 전달한다. 유해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부모가 원하는 특정 사이트를 골라 접속을 차단할 수도 있다.
이러한 앱을 설치한 청소년은 대부분 부모의 요구에 마지못해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일 트위터에는 'T청소년 안심팩'을 내려받은 청소년 이용자의 글이 화제가 됐다. 해당 이용자는 '부모의 강제로 자녀의 동의를 구해 서비스가 이뤄진다'며 '부모가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긴 하지만 이것은 과잉보호를 넘어선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해당 글은 1만3천건 넘게 공유(리트윗)되며 누리꾼의 공감을 샀다.
구글플레이의 앱 리뷰에도 뒤늦게 '이런 앱인 줄 몰랐다'는 청소년들의 불만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앱은 부가 서비스를 해지하지 않으면 임의로 삭제할 수도 없어 청소년 고객의 불만을 키우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터넷에서는 보호 앱을 강제로 삭제하는 방법과 별도의 삭제 앱까지 등장했다.
통신사들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유해 매체물 차단 책임이 명문화된 만큼 해당 서비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내부 약관에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본인이나 보호자가 신청할 경우 인터넷 차단과 이용 요금 통보 등을 할 수 있게 규정돼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부모들이 자녀의 휴대전화를 개통하면서 먼저 앱을 깔아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본권 침해 논란이 있긴 하지만 청소년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 소지가 많은 기능을 제공하기 전에 이용자와 함께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모 역시 앱을 설치하기 전 자녀에게 필요성을 인식시켜야 역효과를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ICT정책국장은 "보호 앱을 깔더라도 앱을 우회하거나 PC 등 다른 기기를 통해 유해물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한 만큼 강제적인 설치는 풍선 효과나 청소년의 반발감만 키울 수 있다"며 "부모와 자녀 간 충분한 소통이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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