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재단 통해 기부 실천하는 두 가족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나눔에는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난감 대신 기부증서를 받고, 용돈을 아껴 장애 있는 친구들을 위해 내놓는 어린이들이 있다.
어린이날을 맞아 푸르메재단 어린이 기부자 권영진(11)·은영(9) 남매와 손건호(7)·채호(5)·지호(3)·가온누리(1) 남매 이야기를 들었다.
권영진·은영 남매는 푸르메재단 정기 기부자다.
푸르메재단은 이들 남매와 같은 정기 기부자와 기업 후원을 끌어 모아 지난해 마포구 상암동에 국내 최초로 장애아동 재활병원인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했다.
은영 양은 병원 1층 벽에 붙은 기부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좋아, 행복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은영 양도 이 병원 지하 체육센터 수영장에서 주기적으로 재활 수영을 하는 장애 아동이다.
현대 의학이 아직 원인을 밝혀내기는커녕 이름조차 짓지 못한 병을 앓고 있다. 면역체계가 사소한 바이러스에도 과민반응하면서 신경계를 공격해 하체를 중심으로 마비가 일어난다.
어머니 노효선(40)씨는 "단순히 발달질환인 줄 알고 물리치료만 했는데, 차도가 없어서 유전자 검사를 했더니 희소병 판정이 나왔다. 충격이었다"고 떠올렸다.
노씨는 딸의 치료를 위해 푸르메재단 재활센터를 다니다가 2013년 다른 장애 가족의 강연을 듣고 기부를 결심했다. 더 좋은 치료 환경을 만드는 데 보태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은영 양은 '더 큰 병원 만들어서 우리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도 치료받도록 돕자'는 엄마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여 함께 정기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빠 영진 군도 흔쾌히 용돈을 아껴 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 영진 군은 학교 친구들한테 "아픈 친구들 위해 우리도 기부해야 해"라고 말하는 아이로 성장했다.
어머니 노씨는 "아이들 외할아버지·외할머니도 푸르메재단 정기 기부자가 되셨다. 외할머니는 영진이와 함께 '기부 걷기'에 참여하기도 했다"면서 기부가 또 다른 기부를 낳는다고 웃었다.
건호·채호·지호·가온누리 남매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장난감 대신 푸르메재단 '기부 증서'를 선물로 받았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놀다가 기부 독려 광고를 유심히 보자 어머니 김아름들이(32)씨가 제안했다.
김씨가 "장난감 한 번 안 사면 친구들이 밥 한 끼를 더 먹을 수 있고, 학교에 한 명 더 갈 수 있는 거야"라고 설명하자 첫째 건호가 "그럼 기부할래"라며 앞장섰고 둘째 채호가 뒤따랐다.
아직 어린 셋째 지호와 젖먹이 가온누리는 별다른 반응은 없었지만, 김씨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세 아들은 첫 기부 이후 '불우이웃돕기 돼지저금통'을 만들어 용돈이 남을 때마다 동전을 집어넣고 있다.
건호 군은 최근 용돈을 아껴서 부모님과 함께 기부하면서 두 번째 나눔도 실천했다.
김씨 부부는 8월 막내 가온누리 첫 생일에 돌잔치를 하는 대신 생에 두 번째 기부 증서를 선물로 줄 계획이다.
이들 부부는 지호가 100일 무렵 근육에 생긴 문제로 목이 돌아가지 않는 사경·측경 때문에 재활치료를 다니다가, 병원에서 장애아동들을 보고는 기부를 결심했다.
김씨는 "아이를 넷이나 낳다 보니 다른 아이들까지 건강하길 바라게 됐다"면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기부하면 주변과 이웃을 돌아보는 법을 배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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