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원유-노예노동까지 겨냥 초강력 대북제재법 압도적 처리(종합2보)

입력 2017-05-05 06:28   수정 2017-05-05 15:53

美하원, 원유-노예노동까지 겨냥 초강력 대북제재법 압도적 처리(종합2보)

찬성 419명, 반대 1명…핵-미사일 도발 北에 강력한 대응 의지 표현

원유 금수·국외계좌 봉쇄·노동력 국외송출 차단 등 신규 제재 포함

신포해운-조선중앙은행 등 6개기업 제재요구…테러지원국 재지정도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미국 하원은 4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정권의 유지와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모든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초강력' 대북제재법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이날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H.R.1644)을 표결에 부쳐 의결했다. 찬성은 419명, 반대는 1명이었다.

10명은 표결에 불참했으며 표결 참석자 중 유일하게 반대한 인물은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켄터키) 의원으로, 당 지도부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미 하원이 지난해 대북제재법을 통과시킨 지 1년 만에 틈새를 메운 한층 강력한 대북제재 법안을 처리한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그만큼 심각하며, 앞으로 미 의회 차원에서 더욱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공화·민주 양당이 초당적으로 공동발의한 이번 새 대북제재 법안은 북한의 군사와 경제의 젖줄인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을 봉쇄하는 것은 물론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북한 선박 운항 금지, 북한 온라인 상품 거래 및 도박 사이트 차단 등 전방위 대북제재 방안을 담고 있다.

현행 '대북제재이행강화법'(H.R757)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담기지 않은 강력한 신규 제재를 대거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제재 대상과 행위를 구체적으로 세분화함으로써 북한의 달러 유입 경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동시에 북한의 경제적 고립을 한층 배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북한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제재 구멍의 틈새를 촘촘히 메워 자금줄 전방위로 차단한 것이다.


새 대북제재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먼저 '원유 금수' 조치, 즉 북한으로의 원유 및 석유제품의 판매·이전을 금지하도록 했다. 인도적 목적의 중유는 제외했으나, 강력한 원유 금수 조치를 통해 북한의 경제 및 군사 동력을 끊겠다는 취지에서다.

앞서 지난해 3월 통과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270호는 항공 연료 금수 조치만 담고 있다.

법안은 또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창구인 북한의 국외 노동자를 고용하는 제3국의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공식 지정하고 미국 관할권 내 모든 자산 거래를 금지토록 했다. 이는 사실상 북한 국외 노동자의 '노예노동', 그리고 이들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는 중국과 러시아 등을 직접 겨냥한 조치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8월 북한의 국외 노동자가 체류하는 전 세계 23개국의 명단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보고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국외 노동자 인력운송 수단인 고려항공과 함께 인력송출 회사인 북한능라도무역회사, 대외건설지도국, 남강건설, 만수대창작사 등을 제재 대상으로 공식 지정한 바 있다.

법안은 이와 함께 북한의 도박·음란 인터넷사이트 운영 등 온라인 상업행위 지원을 막고, 북한산 식품·농산품·직물과 어업권을 구매·획득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북한에 전화·전신·통신 서비스 제공 금지, 북한의 교통, 광산, 에너지, 금융 서비스 산업 운영 금지 등도 미국 정부의 재량적 제재 대상 행위로 명시하는 동시에 외국은행의 북한 대리계좌 보유 금지, 북한산 물품의 대미(對美) 수입 금지 등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법안은 미국 정부에 신포해운, 금강그룹, 조선중앙은행 등 6개 북한 기업과 단체를 추가로 제재명단에 올리는 것을 검토할 것도 요구했다.

법안은 이런 신규 제재에 더해 ▲북한산 광물(금, 티타늄 광석, 구리, 은, 니켈, 아연, 희토류 등) 구매 금지 ▲대북 항공유 이전 금지 ▲제재 대상 선박 급유 및 보험 금지 ▲북한 정부 자산, 금, 귀금속 등 이전 지원 금지 ▲북한 금융기관 사무소 지원 금지 등 기존 안보리 결의 내용도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명시함으로써 법적 이행 근거를 마련했다.

법안은 또 북한 선박은 물론 북한 선박이나 항공기, 화물에 대해 충분한 검사를 하지 않은 국가의 선박, 그리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지키지 않는 국가의 선박에 대해서는 미 항행 수역 진입과 활동을 금지하는 동시에 대북 방산물자 거래 국가에 대한 대외원조 금지 및 안보리 한도를 초과하는 대북 석탄 수입 시 자산 동결 규정 등도 새롭게 추가했다.


법안은 정부가 대북제재들을 충실히 이행하는지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국제금융망 차단 불이행자 목록 ▲북한 송출 노동자 고용 외국인 및 외국 기관 목록 ▲북한-이란 간 협력 내용 ▲북한 선박 및 운송 제재 불이행 목록 ▲타국의 안보리 결의 이행 현황 등을 의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한편, 새 대북제재 법안은 제3국 및 제3자 제재에 대한 표현도 명확히 규정했다.

현행 대북제재법은 제재 대상을 단순히 '개인'(person), '기관'(entity) 등으로만 규정해 제3국의 정부와 기업의 포함 여부가 모호했으나 이번에는 대상으로 '외국'(foreign)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이 통과할 경우 북한과 거래가 많은 중국 기업과 개인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은 이와 함께 '김정남 VX 암살' 사건을 거론하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촉구하고, 법안 통과 후 90일 이내에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의회에 보고토록 했다.

이 법안은 향후 상원 의결 절차를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공식으로 발효된다. 상원의 표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si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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