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원유공급' 제재 가속화…송유관 쥔 中 선택은

입력 2017-05-05 14:58   수정 2017-05-05 20:45

美, '北 원유공급' 제재 가속화…송유관 쥔 中 선택은

中매체·학자도 '공급중단' 거론…"일부 줄일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미국이 '초강력' 대북제재법안을 통해 대북 원유공급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원유 '생명줄'인 중국의 실제 공급중단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하원은 4일(현지시간)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H.R.1644)를 표결에 부쳐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특히 '원유 금수' 조치, 즉 북한으로의 원유 및 석유제품의 판매·이전을 금지하도록 했다. 이는 강력한 원유 금수 조치를 통해 북한의 경제 및 군사 동력을 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인도적 목적의 중유는 제외됐다.

일단 북한이 에너지의 90%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제재 내용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북한은 2015년 중국으로부터 52만5천t의 원유를 수입했다.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 제한은 그간 언급 자체가 드물 정도로 제재·압박의 '최후의 카드'로 여겨졌다. 중국은 지난 2003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원유공급을 고장을 핑계로 중단했으나 그 기간은 3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관영 매체와 대북 전문가들이 북한의 제6차 핵실험 등 '전략 도발'시 원유공급 축소·중단 조치 시행을 거듭 거론할 정도로 중국도 대북 압박에 일정 수준 동참하는 상황인 만큼 법안의 신속한 추진이 중국의 대북 제재를 가속하는데 실효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김철'이라는 개인 명의 논평에서 중국을 거칠게 비난하는 등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큼 중국으로서도 북한이 핵실험 등 전략 도발을 감행한다면 북한의 사정을 이전처럼 배려하기 어려우리라는 분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법안 의결에 대해 "북한의 주요 경화 유입 경로와 관련한 포괄적인 제재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했다. 전례 없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이례적인 속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면서 "미 의회 차원의 단호한 북핵 대응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쑨싱제(孫興傑) 지린(吉林)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지난달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석유공급 중단은 최소 6개월간의 국제적인 석유금수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쑨 교수는 "북한의 전략 비축유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없는 1∼2개월의 석유금수 대신에 중국은 원유공급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는 김정은에게는 악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장롄구이(張璉괴<玉+鬼>) 교수도 최근 일본의 경제지 닛케이 아시안리뷰에 "중국의 원유공급 중단은 북한의 추가 핵탄두 실험이 있을 시 취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만약 중국산 원유공급 중단이나 대폭 축소가 이뤄지면 북한은 일단 전략 비축유를 활용하면서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이나 밀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유 제재' 기간이 2~3달이 넘어가게 된다면 북한의 정상적인 경제·군사 활동은 어려우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미 북한 내부에서는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제한 조치 등으로 기름값이 폭등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휘발유 공급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1㎏당 70~80센트(한화 약 791~904원)인 휘발유 가격은 1.4달러까지 치솟았다고 A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하지만 원유공급 제한은 대북 압박 정책의 차원에서 보면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후의 카드'로 불릴 만큼 강력하지만, 만약에 그 카드가 무위로 돌아간다면 더 강한 카드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은 북한 정권의 유지가 어려울 정도의 제재는 원하지 않는 데다, 장기간 방치하면 시설에 손상이 가는 송유관의 특성상 원유공급을 제한하더라도 일부 줄이는 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실제 미국의 새로운 제재법안 자체에도 '인도적 목적'은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있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대북 원유공급 제한 또한 북한의 단기간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장기적인 효과를 기다려야 하거나 대북 협상시 활용되는 정도의 카드에 머물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당분간 핵실험이 아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부분적 기술 능력 시험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중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 '어중간한' 도발을 지속하는 가운데 실제 원유공급 중단까지 치닫지 않고 중국 주도의 대화 모색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의 제재법안은 중국으로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으로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실적으로 원유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북한내 사회 혼란 유발 가능성과 송유관 시설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어렵고, 공급량 일부를 줄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hapy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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