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주재 북한 외교관 "현지 세무공무원에 구타당해"

파키스탄 주재 북한 외교관 "현지 세무공무원에 구타당해"

"얼굴에 총 겨누며 위협" 주장…파키스탄 국세청, 진상조사팀 구성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파키스탄에 주재하는 북한 외교관이 현지 세무공무원에게 구타당하는 일이 벌어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5일 AFP 통신과 파키스탄 지오TV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주재 북한 대사관은 지난달 9일 남부 카라치에 있는 한 북한 외교관의 집에 파키스탄 세무공무원들이 무단 침입해 이 외교관과 그의 부인을 구타했다면서 이번 사건이 양국 외교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카라치에 있는 북한 대사관 경제무역참사부는 지난달 27일 파키스탄 국세청장에게 보낸 항의 서한에서 "무장 요원을 포함해 10여 명의 세무공무원이 외교관 거주시설에 불법하게 들어와 외교관을 제압했다"면서 "일부 세무공무원들은 외교관의 부인에게도 얼굴에 총을 겨누며 위협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해당 외교관은 팔목과 발목에 타박상을 입는 등 다쳤으며 부인 역시 얼굴 등을 다치고 머리카락도 뽑혔다고 북한 대사관은 주장했다.

쇼아이브 시디퀴 파키스탄 국세청장은 "이 사건은 중대한 문제"라면서 "북한 대사관의 주장을 조사할 수사팀을 구성했으며 CCTV 영상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관의 신체와 주거지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불가침이 보장된다.

구타당한 북한 외교관이 누구인지 무슨 이유로 이 외교관의 집에 세무공무원들이 들어갔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구타당한 외교관이 파키스탄 주재 북한 대사라고 보도했으나, 북한 대사는 카라치가 아닌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거주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보도로 외교가에서는 보고 있다.

북한과 파키스탄은 1972년 수교한 이후 1990년대 서로 미사일과 핵 기술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관계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4월 대사관 명의로 면세 한도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주류를 반입하다 파키스탄 세관에 적발됐으며 2015년에도 북한 외교관 부부가 카라치에서 현지인에게 주류를 팔다 적발되는 등 주류 판매를 엄격히 제한하는 파키스탄에서 잇단 주류 밀반입·밀매로 물의를 빚었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2270호) 이행 차원에서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의 자국 입항을 허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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