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선 후보들이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가 행복하고 꿈과 희망을 갖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어린이의 건강과 행복을 높이는 교육제도와 의료시스템을 갖추겠다' '아동학대 예방과 조기발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같은 '맞춤형 공약'도 앞다퉈 내놨다. 어린이들의 쉴 권리를 위해 '수업 없는 날'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하거나, 육아휴직을 확대해 어린이들에게 엄마ㆍ아빠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런 공약들은 우리 어린이들을 둘러싼 환경이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아동학대가 급증하면서 모두에게 행복해야 할 어린이날이 누군가에게는 슬픈 날로 기억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유니세프의 어린이ㆍ청소년 행복지수를 활용해 전국 초ㆍ중ㆍ고생 7천343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조사대상 22개 OECD 회원국 중 20위(88점)였다. 한국보다 행복지수가 낮은 국가는 벨기에(86점)와 체코(81점)뿐이었다. 지난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2개국 중 꼴찌였다. 주관적 행복지수는 건강상태나 학교생활 만족도, 삶의 만족도 등을 직접 물어 조사해 점수화한 것이다. 빈곤가정 비율이나 교자재, 책 보유 비율 등을 조사하는 '물질적 행복지수'에서는 핀란드(118점)에 이어 한국(115점)이 2위에 올랐다.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물질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지만, 정서적으로는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동학대도 급증하는 추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3년 419명이었던 아동학대 사범이 2014년 860명, 2015년 1천803명, 지난해 2천106명으로 3년 사이 약 5배가 됐다. 지난해 경기도 부천에서는 20대 초반의 부부가 생후 2개월 된 딸을 2차례 바닥에 떨어뜨린 뒤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평택에서 발생한 '원영이 사건'은 더 충격적이다. 대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원영이를 화장실에 가두고 락스를 들이부은 계모는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아동학대 말고도 어린이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일들은 곳곳에서 발생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학대, 학교 폭력이나 왕따 등이 그런 예이다.
우리 어린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꼽자면 입시 위주의 사교육을 빼놓을 수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만 잘하라고 강요받는 아이들은 절대 행복할 수 없다.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데 필요한 건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어린이들이 부모나 친구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교육을 과감하게 줄여 어린이가 행복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차기 정부는 획기적인 교육환경 개선으로, 학교 수업과 학원 과외로 지친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도 칼퇴근, 육아휴직 확대 등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른 공약도 마찬가지지만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말만 갖고 되지 않는다. 철학과 비전은 물론 과감한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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