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즘 격퇴 기반 조성"…오바마와 중동정책 차별화 의도 분석도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공식 방문 국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꼽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오는 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출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 이스라엘, 이탈리아 등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국 중에서 사우디를 가장 먼저 찾는다고 밝혔다.
미국의 새 대통령이 취임 후 무슬림 국가를 첫 해외 방문국으로 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에서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으로, 아랍권을 대표하는 '맏형' 역할도 한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다.
미국은 사우디를 첫 방문국으로 정한 주된 이유로 '테러리즘 격퇴' 논의의 장 마련 등을 들고 있다.
미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살만 사우디 국왕을 비롯한 중동 국가 정상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시리아와 이라크를 주요 근거지로 활동 중인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고 테러리즘에 맞설 방안을 모색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아랍권 주요 국가 정상들을 한꺼번에 만나 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에 대항할 새로운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낼 것이란 의미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기존 관행과는 다른 행보여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중동 방문 일정은 전임 대통령과는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은 새 대통령 선출 후 첫 해외 순방국으로 영국 등 서방의 주요 동맹국이나 인접국 캐나다, 멕시코를 꼽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9년 캐나다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멕시코를 첫 방문국으로 각각 찾았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이번 순방은 지금까지 보여왔던 (미국 대통령의) 전통적인 국빈 방문이 아니다"며 "이것은 진정으로 일을 위한 방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반 사우디에 이어 아랍권의 주요 적대 국가인 이스라엘을 공식 방문하는 것도 눈에 띄는 행보다. 사우디와 이스라엘 양국은 서로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견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행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중동 정책과 차별화를 꾀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9년 6월 사우디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때 당시 이스라엘은 들르지 않았다.
또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해 이집트 수도 카이로를 방문해 대중동 정책 구상을 발표하고 역사적인 '대(對) 이슬람권 화해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집트가 중동에서 미국의 주요 핵심 동맹국이란 이미지가 부각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 아랍권에서 사우디만을 방문하기로 하면서 중동 내 주요 동맹국의 위상 변화를 시도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아랍권 위성 매체 알아라비야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사우디와 중동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고 사우디-미국의 역사적 관계를 강화하려고 하는 데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가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의 실세인 살만 부왕세자는 지난 3월 중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성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당시 살만 부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제안하는 등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기간 틀어진 양국 관계 복원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gogo21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