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펄펄 끓은 사전투표, 민심 제대로 읽어야

입력 2017-05-05 19:51  

[연합시론] 펄펄 끓은 사전투표, 민심 제대로 읽어야

(서울=연합뉴스) 대선 사상 처음 치러진 4∼5일 이틀간의 사전투표에서 유권자 네 명 중 한 명꼴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5일 오후 6시 투표를 마감해 보니 잠정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26.06%로 집계됐다. 총선거인 4천247만9천710명 중 1천107만2천310명이 투표한 것이다.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의 누적투표율(12.2%)과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지역별(오후 5시 현재)로는 전남(32.40%)이 가장 높았고 대구(20.85%)가 가장 낮았다. 사전투표율이 이렇게 높게 나오면서 최종 투표율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선관위는 80%대 투표율을 예상한다고 한다. 각 후보 캠프는 높은 사전투표율이 전체 판세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사전투표가 전국 단위 선거에 적용된 것은 2014년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에 이어 세 번째다. 사전투표는 별도 신고 없이 신분증만 갖고 가면 할 수 있다. 이번에는 모든 읍·면·동 사무소와 서울역, 용산역, 인천국제공항 등 전국 3천507곳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이유로 대선 투표일이 화요일로 잡힌 점이 먼저 꼽힌다. 사전투표를 하고 투표일 전날 휴가를 내면 4일 내지 5일의 연휴가 된다. 하지만 이런 편의성만 갖고 높은 투표율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 쏠린 국민의 높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에 따라 조기에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다. 탄핵을 주도한 '촛불민심'이 상당 부분 사전투표 열기로 이어졌을 수 있다.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일찌감치 마음을 정하고 투표를 기다려온 유권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지역별 사전투표율이 상당한 편차를 보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각각 보수와 진보 표심을 대변하는 TK(대구·경북)와 호남 투표율이 최저와 최고의 양극단으로 갈라진 것에 각별히 시선이 쏠린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어느 후보한테 유리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후보마다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득표 전략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젊은층 지지율이 높은 후보', '외연 확장성이 큰 후보' 등을 유리한 쪽으로 꼽고 있지만 솔깃할 정도는 못 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사전투표 열기를 바라보는 각 후보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유불리를 따지는 것 자체가 정치공학적 접근이고 도리가 아니다'라며 사전투표율에 대한 코멘트를 피했다고 한다.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후보 할 것 없이 한 표가 아쉬운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막판까지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데만 혈안이 돼 막말 공세에 매달리는 모습은 정말 보기에 딱하다. 이제 정치를 보는 유권자들의 인식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명분도 없이 바른정당을 집단 이탈해 자유한국당 문을 두드린 '철새 의원들'한테 여론의 뭇매가 쏟아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유권자들의 눈높이를 무시하고 네거티브에 골몰하면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불행을 딛고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성격도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더구나 누가 당선되든 통합과 협치의 정신을 발휘하지 않으면 정부를 제대로 이끌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정도 냉정해질 때가 된 것 같다. '선거 후'도 생각하는 지혜와 성숙함이 필요하다. '모든 것의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으로 선거일을 맞았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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