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복병' 미세먼지에 서울시내 '마스크 행렬'

입력 2017-05-06 10:54   수정 2017-05-06 14:49

황금연휴 '복병' 미세먼지에 서울시내 '마스크 행렬'

나들이 계획 접기도…어린이 행사장에는 산소통까지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오늘 02시부터 미세먼지 경보 발령. 어린이·노약자 실외활동 금지, 마스크 착용하세요."




최장 11일에 이르는 징검다리 '황금연휴'의 주말인 6일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오전부터 날아든 미세먼지 '재난문자'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중국발 황사가 한반도를 강타해 서울시내 미세먼지 시간 평균 농도가 한때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기준(150㎍/㎥ 이상으로 2시간 지속)의 배 이상까지 치솟자 많은 시민들은 나들이 계획을 접거나 마스크로 무장한 채 밖으로 나왔다.

회사원 안모(38)씨는 "연휴 기간 혼자 외국여행을 다녀와 주말 이틀은 여자친구와 밖에서 데이트하려 했는데 미세먼지가 너무 심하다"며 "실내 쇼핑몰 등은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 데이트를 취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강북구에 사는 주부 남모(30·여)씨는 "6살 딸과 나들이하려 했는데 엊저녁 황사 뉴스를 보고 그냥 집에 머물기로 했다"며 "더위도 한풀 꺾이고 밖에 나가기 딱 좋은 날씨인데 아쉽다"고 말했다.




평소 주말이면 방문객으로 활기를 띠던 시내 주요 고궁도 이날은 마스크를 쓴 사람이 워낙 많아 평소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아이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고, 한복 차림에 마스크를 쓴 방문객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경남 진주에서 올라왔다는 최모(27)·이모(25·여)씨 커플은 "연휴를 맞아 어제 상경했는데 뉴스 보고 오늘 급히 마스크를 샀다"며 "광화문과 대학로를 돌아다니려 했는데 공기가 너무 나쁘다니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씁쓸해했다.

미국인 관광객 로저 마이어(36)씨는 "부인과 세 아이를 데리고 이번 주 한국에 왔는데 오늘 아침부터 뿌연 공기에 놀랐다"며 "아직 아이들이 기침하는 등 힘들어하지는 않지만 걱정은 많이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관련 행사를 준비한 시설에서는 방문객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4일부터 '2017 서울동화축제'를 진행 중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은 행사 마지막 날인 이날 미세먼지 상황이 심각해지자 마스크와 산소캔을 준비하는 등 긴급 대책을 마련했다.

대공원 관계자는 "미세먼지 주의 안내방송을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실외 체험행사가 있지만 최대한 부스 안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7세 아들을 데리고 나온 문진옥(35·여)씨는 "나올까 말까 고민하다 나와 보니 차 위에 먼지가 가득했다"며 "예약해 둔 행사만 아니었으면 안 나왔을 것 같다. 예약한 행사 체험만 하고 집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도 7일까지 명동과 남산 일대에서 열리는 '제6회 재미로 놀자 축제'와 관련, 행사를 실내 중심으로 진행하고 방문객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짙었으나 하늘은 화창한 탓에 심각성을 덜 느끼고 야외활동을 '강행'하려는 시민들도 있었다. 미세먼지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고령층 가운데 이런 이들이 많았다.

한 트위터 이용자(@gun******)는 "이 정도면 외출금지령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늘은 맑아 보여서 아버지가 지금 할머니 모시고 남산에라도 다녀올까 하시는 거 내가 필사적으로 말렸다"는 글을 남겼다.

서울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오전 10시 현재 222㎍/㎥로 '매우 나쁨' 수준이다. 서울시는 오전 1시를 기해 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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