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의 유산 : 소태산 11 제자의 증언'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불 때고 빗자루질을 슥슥슥 하고 있으니까 대종사님이 그 문을 열고 나오셨어. '야 이놈아, 고렇게 청소를 허야 쓰겄냐? 빗자루가 틀어지면 네 마음도 틀어지는 것이여. 요리도 틀고 저리도 틀고 쓸지 왜 한쪽으로만 홱 틀어지게 하냐?' 간단한 말씀 같지만 그 얼마나 법문이냐고요."
법산 이백철(91) 종사는 어린 시절 직접 뵈었던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의 가르침을 이같이 회고했다.
1891년 전남 영광 백수면 길룡리에서 태어난 소태산 대종사는 일곱 살 무렵 구도의 여정을 시작해 20여 년의 고행 끝에 1916년 깨달음을 얻어 원불교를 창교(創敎)했다.
'백 년의 유산 : 소태산 11 제자의 증언'(모시는 사람들)은 소태산 대종사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친견제자(親見弟子)들의 생생한 육성을 담은 책이다.
박맹수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는 2015년 법산 이백철 종사를 비롯해 11명의 제자를 만나 소태산 대종사에 대한 기억을 묻고 이 책에 정리했다.
제자들이 기억하는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은 소박하고 꾸밈이 없다. "빗자루가 틀어지면 네 마음도 틀어지는 것"이라고 한 마디를 건네거나 좋은 성적을 얻어 우쭐한 아이에게 "너 혼자만 잘하려고 하지 마라"고 말할 뿐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작은 일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는 살아있는 깨달음을 어린 제자들에게 선물했다.
또 소태산 대종사의 알려지지 않은 면모도 드러난다. 여섯 살 때 대종사로부터 2주간 한문을 배웠다는 로산 전성완(94) 종사는 "대종사님께서는 어린이 상대하는 것을 굉장히 조심스럽게 하셨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어른들은 이해심이라도 있다. 그러나 어린애들은 이해심이 없어. 그러니 한번 머리에 섭섭하게 박히면 지울 수가 없다. 그러니까 조심해서 어린이를 다뤄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어요."
또 제자들의 구술 기록에는 소태산 대종사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어려웠고 힘들었던 시절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소태산 대종사의 법복을 만들던 민타원 민성경(1913∼2015·인터뷰 당시 103세) 종사는 지나온 날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별세상을 다 살았어요. 참 별세상을. 누구든지 가난하게 사니까 그 풀뿌리를 페어 가지고 멍석에다 까불러서 그놈을 또 살아서 볶아서 그렇게 죽 끓여 먹고 살았어요."
어려운 시절을 지나온 제자들의 목소리에는 고단함과 서러움이 묻어나는 한편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긍지와 자부심이 가득하다. 소태산 대종사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의 기록이자 원불교 역사의 기록으로 읽힌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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