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유력 마크롱 겨냥…힐러리 낙선한 미국대선 데자뷔
선관위 "가짜뉴스와 뒤섞여 유포되니 내용보도 자제" 당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프랑스에서 대통령 선거 결선을 하루 앞두고 유력 후보 캠프의 이메일이 해킹돼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해 귀추가 주목된다.
작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이변의 희생양이 된 이유 중 하나로 이메일 유출이 거론되는 까닭에 분위기가 더 심상치 않다.
6일 AFP, dpa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이메일 유출사건은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되는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을 겨냥해 발생했다.
자칭 '이엠리크스'(EMLEAKS)라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선거를 하루 남짓 앞둔 전날 오후 기습적으로 앙마르슈 관계자들의 이메일을 소셜미디어에 폭로했다.
유출된 이메일과 문건의 분량은 무려 9GB(기가바이트)에 달했다.
마크롱 측은 즉각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성명을 내고 이메일 유출이 악재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해킹 이메일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 미국의 작년 선례가 있기 때문에 프랑스는 비상이 걸렸다.
클린턴은 작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이메일이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줄줄이 유출돼 선거운동에 차질을 빚었다.
나중에 클린턴은 해킹 이메일을 패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의 승리를 지원하기 위한 공작의 하나로 이메일 해킹을 주도했다고 올해 초 결론을 내렸다.
이들 기관은 당시 보고서에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대선을 겨냥한 작전을 지시했다고 확신한다"며 "러시아의 목표는 미국의 민주화 과정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훼손하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헐뜯고, 그녀의 선출 가능성과 잠재적 대통령직을 손상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프랑스 사태에도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앙마르슈와 정보기술(IT) 보안업체 '트렌트 마이크로'는 이번에 유출된 이메일이 '폰 스톰'이라는 조직이 해킹한 것이었다고 지난 4월 말 밝혔다.
서방의 IT 보안기업들은 폰 스톰이 작년 미국 대선 때 민주당 캠프 이메일을 해킹한 집단으로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된 조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크롱은 RT와 스푸트니크 등이 가짜뉴스나 자신에 대한 음해로 프랑스 대선에 개입해왔다고 이번 선거기간 내내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마크롱과 7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서는 마린 르펜 전 국민전선 후보가 일찌감치 러시아 내통설에 휘말린 후보라는 점도 주목된다.
르펜은 러시아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은 데 이어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났으며 러시아 언론들은 르펜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러시아의 개입 여부는 차치하고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똥은 대선을 하루 앞두고 유포된 이메일이 유권자들에게 미칠 파급력이다.
마크롱 캠프는 해당 이메일이 선거운동의 정상적 기능을 보여줄 뿐 불법 의혹을 불러일으킬 자료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 이메일이 가짜문서와 뒤섞여 유포된 까닭에 잘못된 정보가 진실처럼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선거관리위원회는 유출된 문건의 일부가 가짜뉴스일 수 있으니 세부 내용을 보도했다가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언론들에 당부했다.
선관위는 보도 자제를 당부하며 날이 밝는 대로 이번 해킹사태의 대처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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