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 후 세종문화회관서 콘서트…3천 관객 기립박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가수 전인권(63)은 평소보다 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걱정말아요 그대'를 열창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라는 후렴구에서는 객석에서 '어이~'란 추임새가 나왔고, 3천 명의 관객들이 함께 노래했다.
전인권밴드가 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라는 타이틀로 3시간에 걸쳐 공연을 펼쳤다.
최근 '걱정말아요 그대'가 1970년대 독일 그룹 블랙 푀스의 곡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고서 연 첫 단독 공연이지만 그는 이날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연 중간 "얘기했듯이 전 독일 갑니다"라며 이달 중으로 해당 그룹을 만나보겠다는 생각을 재차 밝혔다.
문득 아티스트의 양심 얘기를 꺼내며 "양심이라는 게 뭔지 아세요? 양심 있어요, 나. 양심이란 것에 너무 빠지면 자기 신체 내부의 더 깊숙한 곳을 구경하게 된다. 나도 그래 봤다"고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를 지지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서고, 표절 논란까지 겹친 것을 의식한 듯 "요즘 무지 많은 일이 있으니 이런저런 얘기하며 공연을 하겠다"고 무대를 열었다. 가슴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달려있었다.
첫 곡은 지난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의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g in the Wind)였다.
"요즘 전쟁 공포도 있고 트럼프가 생각하는 것도 있는 것 같은데…. 섬세하고 연약한 이 시대에 절대 전쟁은 안 일어날 겁니다. 김정은도 밤마다 괴로워할 겁니다. 트럼프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이 노래는 전쟁 반대 노래인데 옛날에 많이 불렸어요."
세 명의 여성 코러스와 함께 주고받으며 노래한 그는 "화음 두 군데를 잊어버려 죄송하다"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어 '아름다운 강산'과 신중현의 '미인'을 절묘하게 섞은 무대와 '사노라면'까지 내달리며 객석의 환호를 끌어냈다.
'사노라면'의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부분을 연달아 세 번 반복한 뒤 애국가 멜로디로 반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멋지다'고 외치며 휘파람을 불었다.
뒤에서 묵묵히 탄탄한 연주를 들려준 전인권밴드의 기타리스트 신윤철과 베이시스트 민재현도 이날 노래를 선사했다.
신윤철은 '따라가면 좋겠네'를, 민재현은 '어 호스 위드 노 네임'(A horse with no name)을 각자 개성 있는 음색으로 소화했다.
전인권은 민재현에 대해 "이 친구를 만난 게 25년인데 죽어도 노래 안 하려 한다. 그런데 우울한 맛이 있다. 노래시키는데 24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게스트로는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SBS 'K팝 스타 시즌5' 준우승자인 안예은이 나섰다.
이병우는 전인권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을 의식한 듯 "형은 내가 존경하는 분"이라며 "원래 서정적인 곡을 연주하는데 기운을 더 내시라고 이 곡을 준비했다"며 마치 기타와 손이 하나가 된듯 거칠고 역동적인 속주를 들려줬다.
이날 전인권은 특유의 느린 말투로 자신의 노래를 소개하고 생각을 꺼내놓았다. 매끄럽지 않은 화법이지만 전쟁, 사랑과 평화, 세월호 등 여러 주제를 불쑥 불쑥 언급했고, 논란에도 공연장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려고 애썼다.
시종일관 호응해준 관객들은 '사랑한 후에'와 '돌고 돌고 돌고', '세일링'(Sailing) 등을 선사한 앙코르 무대에서 3층 객석까지 기립해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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