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프랑스 대선 직전 불거진 중도파 엠마뉘엘 마크롱 후보 캠프 이메일 유출 파문이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지원했던 미국 극우파들이 이 파문의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미국 극우파들의 마크롱에 대한 해킹 공격 지원' 기사를 싣고 프랑스 대선 극우 후보인 마린 르펜을 돕기 위해 지난 몇 개월 동안 애썼던 미국 극우주의자들이 엠마뉘엘 마크롱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해킹 공격 지원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마크롱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미국 극우파들이 진행해온 선거 방해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며, 미국 및 그 외 국가 극우파들이 영어 및 불어권 인터넷을 통해 선거 방해 전략, 요령, 조언 등을 나누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7일 결선투표를 하루 남짓 남긴 지난 5일 늦게 중도 신당 '앙마르슈' 소속 마크롱 후보 캠프의 이메일, 회계 문서 등 9GB(기가바이트) 분량이 유출됐다.
유출은 투표를 앞두고 후보가 유권자들과 직접 소통하지 못하게 되는 시점 직전에 단행돼 가짜 뉴스나 조작된 문서가 나오더라도 후보 측이 해명할 수 없게 됐다.
조사 결과 유출된 문서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엑셀 러시아어판이나, 러시아어 사용 컴퓨터로 편집된 흔적이 발견돼 이번 문서 유출에도 지난해 미국 대선 개입 파문을 일으켰던 러시아의 개입설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문서 유출에 미국 극우파들이 직접 개입한 증거는 없다면서도, 이들이 유출된 문서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을 통해 퍼 나르고, 가짜 뉴스나 조작된 정보를 유포해 마크롱 후보에게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극우파들은 문서 유출 사태를 확대함으로써 이민자 반대, 인종주의 등 극우 이념을 미국 바깥으로 퍼뜨리려 시도한다는 것이다.
마크롱 후보에 대한 극우파들의 공격 흐름을 추적해온 연구소 '애틀랜틱 카운슬'의 벤 니모 연구원은 "이는 반세계화 운동의 세계화"라며 그들은 '혁명 수출' 신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크롱 캠프의 이메일과 문서가 유출되자 SNS 서비스인 트위터 사이트에서 가장 먼저 '#MacronLeaks' 해시태그를 사용해 유출된 문서를 온라인으로 연결한 것은 미국 극우잡지 '반란'(The Rebel) 소속 기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메일 유출 후 미국 극우파들은 '4챈'(4chan), '불화'(Discord) 등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했던 인터넷 사이트들로 모여들고 있다.
이들이 마크롱을 공격하기 위해 행하는 가장 흔한 수법은 SNS를 통해 반 마크롱, 극우 이념 등을 퍼뜨리는 것이다.
'4챈'은 며칠 전 마크롱이 조세회피처인 바하마, 케이맨 제도 등에 예금계좌를 갖고 있다고 근거없이 주장했다.
반 마크롱 트위터의 상당량은 미국에서 발신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4분의 1이 영어로 쓰였다.
인기 있는 반 마크롱 트위터 상위 25개도 영어로 작성됐다. 프랑스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다른 나라 국민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프랑스 선관위는 언론들에 유출된 이메일과 문서의 내용을 보도하지 않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인터넷과 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졌다. 문서 유출 경위 조사도 투표가 끝난 뒤에야 마무리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영국 조기 총선, 독일 총선 등이 줄줄이 예정된 유럽에서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가짜 뉴스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k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