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 "어른도 힘든데 아이들 어쩌나"…아르바이트는 마스크도 못 써
야외 행사에는 발길 '뚝'…삼청동·청계천 등도 관광객 인파 줄어 한산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연일 이어진 중국발 황사의 공습에 서울 도심 거리는 휴일인데도 평소보다 눈에 띄게 한산했다.
황금연휴의 막바지 휴일인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경복궁, 삼청동과 중구 청계천 등은 평상시와 달리 나들이하는 사람이 현저히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도심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경복궁은 내·외국인을 통틀어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경내 바닥이 모래로 이뤄진 탓에 관광객들은 흙먼지를 피해 얼굴을 감싸고 이동하기 일쑤였다.
연인과 함께 경복궁을 찾은 김동희(28)씨는 "흙먼지가 너무 날리는 바람에 오래 있기가 힘들다. 괜히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외근직이라 평소 일할 때 야외에 주로 있는 편인데 내일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 하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복궁 관리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방문객 수는 6천200명으로, 지난주와 비교해 1천명가량 줄었다.
경복궁 바로 옆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날 야외 광장에서 어린이날 전후부터 이어지는 '2017 어린이날 대축제'를 열었지만, 관람객은 100여명 안팎으로 적었다. 관람객들은 다수가 마스크를 썼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날 오후 2시 30분 현재 관람객이 1천468명으로 평상시 일평균 관람객이 4천여명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숫자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실외 행사인지 실내 행사인지 묻는 문의전화가 많았다"며 "대부분 야외 행사라 애초 방문을 포기한 관람객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궁과 함께 내·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삼청동 거리 역시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복을 입고 거리로 나선 이들은 눈에 띄었지만 '셀카' 사진을 찍으며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기보다는 종종걸음으로 다음 목적지를 향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삼청동 거리를 찾은 박혜진(21·여)씨는 "연휴 마지막 날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친구들과 거리로 나왔는데 황사 때문에 힘들어서 인근 카페로 들어가려 한다"며 "하늘만 보면 무척 맑은 날씨인데 조금만 걸어도 폐가 답답하고 눈에도 흙먼지가 들어가 따갑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만 청계천은 산책하는 이는 많지 않았지만, 물길이 있어 흙먼지가 상대적으로 덜 느껴진 탓인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계획했던 부모들은 이날 일정을 취소하거나 외출 장소를 실외에서 실내로 바꾸기도 했다.
마포구에 사는 조성진(36)씨는 휴일을 맞아 3살 난 아이를 데리고 인근 공원으로 나가 야외 활동을 할 계획이었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 복합쇼핑몰에 가기로 일정을 바꿨다.
조씨는 "어른도 기침을 콜록콜록하는 판국인데 아이들에게는 오죽하겠나"라며 "아이가 햇빛을 마음 놓고 쬘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휴일에 나와 일해야 하는 사람들도 미세먼지 때문에 곤란을 겪었다.
택시기사 박정문(58)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사람들이 외출을 안 하니 손님도 뜸하다. 새벽부터 나와 일하는데도 지금까지 손님을 3명밖에 못 태웠다"며 "차 안에서 운전만 해도 이렇게 목이 아픈데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어쩌나 싶다"고 염려했다.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 화장품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이모(23·여)씨는 "평일에는 취업 준비를 해야 해 주말 아르바이트를 골랐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큰일"이라며 "길에서 사람들을 상대로 호객해야 하는 일이라 마스크를 쓸 수도 없어 더 괴롭다"고 호소했다.
역시 미세먼지가 심했던 6일에도 결혼식 예식장에서 마스크를 쓴 하객이 상당수 눈에 띌 정도로 시민들의 염려가 컸다.
야외 결혼을 진행하는 경기도의 한 결혼식 업체는 "최근에는 야외 결혼식을 예약한 예비부부가 미세먼지에 대해 문의를 하곤 한다"며 "야외 예식을 취소한 사례는 없지만, 어제 결혼식 때는 마스크를 쓴 하객들도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통합대기환경지수(CAI) 서울시 평균은 '나쁨'에 해당하는 149를 가리키고 있다.
같은 시간 구별 CAI를 보면 용산구와 양천구가 각각 96과 98로 '보통' 수준이며 나머지 모든 구는 '나쁨' 수준이다. 송파구는 CAI가 205로 서울 시내 구 중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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